불장에 자산운용사 실적↑…실력일까, 장세 덕인가 '의견 분분'
증시 반등과 AUM 확대에 지난해 운용사 실적 개선 흐름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 담은 액티브 상품 수익률 상위권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증시 활황으로 인한 운용 수익 증가로 자산운용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성과가 단순히 시장의 영향인지, 펀드 매니저 개인의 역량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산운용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1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조2447억원으로 47.7%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자산운용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052억원, 4445억원으로 13.9%, 15.5%씩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증시 반등과 함께 운용자산도 크게 늘며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2분기 영업이익은 7389억원으로 57.6% 증가했고, 순이익도 8555억원으로 47.4%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9963억원으로 154.9%나 증가했고, 순이익 역시 9447억원으로 128.5% 급증했다.
이처럼 운용사 실적은 증시 반등과 자산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됐지만, 업계 안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펀드 매니저 개인의 운용 역량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 공모 액티브 펀드가 시장의 중심이던 시절에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편입 종목을 선택했고, 어떤 종목을 담았느냐에 따라 성과 차별화가 가능했다. 매니저의 판단이 곧 운용 성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성과급으로 연결됐다. ‘매니저 판단 → 운용 성과 → 보상’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던 구조였다.
하지만 현재 시장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지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담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높은 액티브 상품들이 높은 성과를 기록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매니저 개인의 운용 역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을 보면 전날 기준 신한자산운용의 '신한SOL코리아메가테크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53.36%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의 구성 상위 3개 종목은 삼성전자(8.97%), SK하이닉스(8.74%), 현대차(8.03%)다.
이어 우리자산운용의 'WON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는 146.12%,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로봇액티브'는 140.9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자산운용의 'UNICORN SK하이닉스밸류체인액티브'(125.99%)와 흥국자산운용의 'HK 베스트일레븐액티브'(124.89%)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상품 또한 구성 상위 종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거나 두 종목의 합산 비중이 20%를 웃돌았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 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시장 전체의 베타 효과에 따른 결과인지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내부에서는 "시가총액 상위주를 담아서 오른 건데, 이를 매니저 개인 성과로 봐야 하느냐", "장이 좋아서 번 돈이지, 종목을 잘 골라서 번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ETF 중심의 시장 구조 역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지수형·테마형 ETF를 중심으로 신상품 출시가 빠르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의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은 이어졌지만, 액티브 펀드의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ETF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빠르게 바뀌면서 액티브 공모펀드의 존재감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국면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 액티브 운용의 본질인 만큼, 지금처럼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지는 상황이 바뀌면 종목 선별 역량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