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쌓은 10년…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실험
2014년 첫 해외 진출 후 10년…오토금융 중심 전략이 성과로 아스터오토 합작·제휴 다변화 효과…순이익 성장 궤도 안착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사업이 최근 실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첫 해외법인 설립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이 ‘조용한’ 실험이 이제는 안정적인 순이익 성장으로 설명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금융 허브를 염두에 둔 장기 포석이 시간이 지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2014년 11월 국내 신용카드사 가운데 최초로 카자흐스탄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동남아가 아닌 중앙아시아를 선택한 배경에는 카자흐스탄 리테일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GDP(국내총생산) 증가세, 중장기 소비자금융 확대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도 안정성과 성장 여력이 결합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초기 진출 과정에서 신한카드는 단순한 금융 상품 이식이 아닌 현지 문화와 소비 행태에 대한 이해에 공을 들였다. 카자흐스탄은 이동을 중시하는 유목 민족의 역사와 광활한 국토 면적을 배경으로, 자동차를 주요 자산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뚜렷하다. 여기에 현지 진출 당시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핵심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면서, 자동차 판매 증가와 함께 자동차 금융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다.
신한카드는 이러한 환경에 착안해 오토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설정했다. 카드 중심의 소비자금융이 아닌, 현지 수요에 맞춘 자동차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고객 분석을 통해 현지 고객을 공략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를 포착했다는 평가다.
성장의 또 다른 축은 딜러사와의 제휴 전략이다. 신한카드는 현지 자동차 딜러들과의 협력을 통해 법인 성장을 이끌어 왔으며, 특히 2024년 8월 카자흐스탄 유수 딜러사인 아스터오토(Aster Auto)와 합작 법인을 출범시키며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단순 금융 제공을 넘어 판매 현장과 밀착된 영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법인(신한파이낸스)은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78억8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73억3900만원) 대비 7.5% 증가한 수치로, 베트남 법인에 이어 신한카드 해외 법인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이다. 10년 이상 운영된 첫 해외법인이 꾸준한 이익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제휴처 다변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신차 취급액 증가와 함께 자산과 손익 성장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형 확대에 치우치기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 온 전략이 중장기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카자흐스탄 법인의 역할은 단순한 해외 수익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 국가는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는 관문 시장으로, 글로벌 금융사들도 지역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에서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뒤, 중앙아시아 금융 허브로의 확장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차원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지역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고, 신한카드는 결제·소비자금융 영역에서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법인의 꾸준한 순이익 증가는 이러한 그룹 연계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단기간 성과를 노리는 시장이 아니라, 실패 확률을 낮추며 장기 거점을 만드는 시장”이라며 “신한카드는 오토금융이라는 명확한 포인트를 중심으로 10년 넘게 전략을 일관되게 가져가며 중앙아시아 금융 허브 전략의 현실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실험은 ‘조용하지만 축적된 선택’의 결과다. 2014년의 판단이 2025년의 실적으로 설명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첫 해외법인은 신한카드 해외 전략에서 가장 안정적인 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향후에도 카자흐스탄에서 탄탄한 파트너십과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