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업무보고서 ‘카지노 리조트’ 띄운 GKL…관광객 늘었는데 카지노는 줄어, 정책 판단 논란
문체부 2차 업무보고서에 ‘자체 사업장 확보’ 공식 반영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도 카지노 이용률은 하락 구조 호텔 부족과 카지노 수요는 다른 문제 혈세 투입 명분, 정책 논리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자체 복합 카지노 리조트 구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 정책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금일 단독 보도를 통해 GKL(사장 윤두현)이 서울 도심 내 자체 사업장 확보 및 복합 리조트 개발 방안을 내부 검토 단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해당 보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GKL, 관계 부처를 상대로 교차 취재한 결과, 해당 계획이 이미 문체부 공식 업무보고 과정에 중장기 과제로 반영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체부 업무보고에 ‘자체 사업장 확보’ 공식 반영
문체부에 따르면 GKL은 지난 14일 열린 산하 공공기관 2차 업무보고에서 ‘중장기 핵심 추진 과제’로 자체 사업장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GKL은 보고 자료에서 “외국인 카지노 시장이 경쟁 심화 국면에 진입했다”며 “도심형 복합 관광 거점 조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해당 사안을 관광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의 중장기 검토 과제로 관리 대상으로 올린 상태다.
관광객은 회복, 카지노 수요는 구조 변화
문제는 정책 전제가 되는 시장 환경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2023년 방한 외국인은 1100만 명을 넘어섰고, 2024~2025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숙박 공급 확대를 위해 생활형 숙박시설 규제 완화, 도심 호텔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수요 구조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외국인 카지노 이용자는 약 200만 명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코로나 이전 300만 명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대비 카지노 이용 비율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를 카지노 성장으로 단순 연결하는 정책 판단은 위험하다”며 “관광 소비 구조 자체가 이미 바뀌었다”고 말했다.
숙박 부족과 카지노 확대는 다른 정책 영역
관광 정책의 핵심 수요 역시 숙박·공연·체험형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다. K팝 공연, 의료 관광, 쇼핑·미식 중심의 자유여행 비중이 확대되면서 카지노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관광정책 전문가들은 “호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푸는 것과 카지노 테이블을 늘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정책 영역”이라며 “이를 하나의 관광 활성화 논리로 묶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파라다이스 호실적, 정책 착시 우려
최근 민간 카지노 사업자의 실적 호조 역시 정책 판단에 착시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라다이스 등 주요 사업자의 사상 최대 실적은 방문객 폭증보다는 VIP 고액 베팅 회복, 환율 효과, 객단가 상승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와서 벌었다기보다, 소수 고액 고객 중심 구조가 회복된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공기업 카지노 투자 확대를 정당화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민간은 신중, 공기업만 확장…정책 일관성 문제
현재 민간 카지노·호텔 업계는 호텔·컨벤션·공연 시설에는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카지노 신규 증설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공기업인 GKL은 정부 업무보고를 계기로 도심 리조트 추진을 공식화하고 있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민간은 수요 구조 변화에 맞춰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공기업만 정책 신호를 근거로 몸집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정책 왜곡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절감·인사 적체 해소’ 명분 논란
GKL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차료 부담 절감과 조직 인사 적체 해소를 자체 사업장 추진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책 전문가들은 “조직 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하는 것은 정책 명분으로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기재부·국회 심사 앞둔 정책 시험대
이번 계획은 향후 기획재정부 투자 심사와 국회 공공기관 예산·출자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관광 정책 방향과 공기업 카지노 투자 전략 간 정합성 문제를 두고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공기업 역할, 관광 정책 방향, 재정 투입 논리를 동시에 시험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