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마요 쇼크] '공짜로 풀린 기술' 앞에 마주 선 K-자율주행 스타트업②
플래닝 ‘기본값’ 시대…풀스택 자율주행 기술 희소성 흔들 상용차·실증·운영 경험 돌파구 모색하는 국내 스타트업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엔비디아가 무료 오픈소스 형태의 자율주행 파운데이션 모델 '알파마요(Alpamayo)'를 공개하며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토노머스A2Z'와 '라이드플럭스' 등 국내에서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는 스타트업들의 핵심 기술과 엔비디아 알파마요가 일정 부분 겹치며, 이들 기업의 독자 기술 경쟁력과 사업 모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9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용 파운데이션 모델 알파마요를 공개한 이후,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개별 기업의 알고리즘 경쟁’에서 ‘범용 모델 기반의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에 따라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노머스A2Z와 라이드플럭스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분석이다.
알파마요는 대규모 사전학습을 통해 자율주행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플래닝(판단 및 계획) 영역을 범용 모델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래닝은 입력된 영상을 바탕으로 주행 궤적을 생성하고, 복잡한 교차로나 돌발 상황에서도 안정된 의사결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알파마요는 여기에 자동 라벨링, 시뮬레이션 연계 등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 체계까지 묶으면서 ‘자율주행 개발의 백본(backbone)'을 지향한다.
문제는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그간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영역 역시 인지–판단–제어로 이어지는 풀스택 구조라는 점이다. 오토노머스A2Z는 도심 레벨4 자율주행을 목표로 인지·판단·제어 전반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왔고, 라이드플럭스 역시 로보택시와 셔틀 운영을 염두에 둔 레벨4 풀스택을 강조해왔다.
알파마요가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기본값’으로 제공할 경우, 해당 기업들이 독자 개발해온 알고리즘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OEM을 비롯해 모든 기업들은 이제 엔비디아의 알파마요를 사용해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5~10년 간의 기술 격차를 한번에 극복할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며 "국내 스타트업 뿐 아니라 웨이모, 죽스 등 해외 자율주행 선도기업들도 서비스 전략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차별점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스터마이징은 다른 문제, 상용차 중심 시장 공략할 것"
이에 대해 오토노머스A2Z와 라이드플럭스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는 것과 실증을 통해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알파마요 공개 이슈와 상관없이 각 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특수 시장을 공략해 기존의 사업 목표를 완수한다는 계획을 견지하고 있다.
오토노머스A2Z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알파마요의 등장으로 향후 사업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알파마요가 회사의 핵심 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우리의 주된 시장은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다. 알파마요의 경우 완성차 OEM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면서 테슬라 FSD에 대항하기 위한 자율주행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용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며 "오토노머스A2Z는 소프트웨어와 완벽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해 국내 및 해외에서 오랜시간 동안 주행 데이터를 쌓아왔으며, 특화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알파마요로 인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토노머스A2Z는 현재 국내 서울 상암, 인천 송도, 세종시를 비롯해 해외 동남아 및 중동 지역에서 셔틀과 물류 운송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 측도 비슷한 입장을 전달했다. 라이드플럭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에게는 알파마요가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자동차는 모바일과 달리 오픈소스 모델이 하나 있다고 해서 그 상단의 개발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도로 위 실증이 핵심"이라며 "실증은 그동안 정직하게 시간을 통해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이뤄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로보택시와 화물 운송 등 상업용 차량을 위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알파마요의 타깃과는 다른 특화된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술에 100% 의존 안돼, 국내 자체 기술 병행해 개발해야
다만 두 기업의 설명과 별개로 경쟁 환경 자체가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리스크는 상존한다. 알파마요 공개로 자율주행 기술의 ‘기본값’이 상향되면서, 기술력 자체보다는 자본력과 사업 내재화 능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유리해지는 국면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양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상용차 분야의 경우에도, 글로벌 트럭·버스 제조사나 물류 대기업들이 알파마요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빠르게 내재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미 차량 플랫폼과 양산·유통망, 운송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소프트웨어만 확보하면 서비스 구현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역할이 약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기술 안보와 산업 전략을 이유로, 해외 빅테크 기술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은 교통·물류·국방·도시 인프라와 직결되는 핵심 기술인 만큼, 일정 수준의 독자 기술과 운영 경험을 국내에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포진해있는 신생 기업들은 '자율주행 서비스 판매'라는 하나의 최종 타깃을 보고 달려왔는데, 알파마요의 등장으로 자력만 가지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완성차 OEM 및 국가 입장에서 해외 기술에 100% 의존하는 것은 너무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현재 아웃풋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후 어떤 수준의 '반대급부'를 요구할지 가늠이 어렵기 때문에 한편으로 자체적인 기술력은 계속 쌓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이 시장을 장악한 이후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가와 기업이 플랫폼에 종속돼 '을'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중단해서는 안되고, 같은 맥락에서 스타트업들이 알파마요 때문에 시장에서 어려움에 처한다면 이를 상응할 수 있는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