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율주행'만 믿으면 화 부른다···치사율 높지만 위험성 홍보는 미흡
2024년 ACC 관련 사고 12건, 사망자는 11명 사고 발생 시 치사율 높지만, 위험성 홍보는 미미 "제도 개선 통해 운전자 경각심 높일 필요 있다"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관련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올바른 ACC 사용을 위한 운전자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일,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SUV가 사고 수습 현장을 덮쳤다. 이 사고로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 2명이 숨지고, 구급대원 등 9명이 다쳤다. 소위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ACC를 켠 채 졸음운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SUV 운전자 A(38)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관련 교통사고는 2023년 4건에서 2024년 12건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8건이었다(잠정치).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원인 차량이 ACC 기능을 켜고 달렸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ACC 관련 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치사율이다. 통상 졸음운전 사고 사망률은 12%에 달한다. 음주운전보다 2배 이상 높다. ACC 관련 사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ACC 관련 사고 중 사망자 수는 21명으로, 2024년 한 해에만 12건의 사고로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ACC 관련 사고가 대부분 졸음운전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 대부분 범칙금이나 벌금 정도로 끝난다. 하지만 사망이나 상해에 이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제5조11(위험운전 등 치사상)까지 적용 가능하다. 그러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테슬라 FSD 국내 상륙과 우리나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토론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다. ACC 사용 중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데, 운전자 대부분이 편하다는 이유로 보조 시스템에 의지하는 경향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ACC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운전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음주운전처럼 법으로 정해 위험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홍보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구매 가능한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레벨 2로 분류된다. 사고의 책임이 오롯이 운전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기술은 인간에게 큰 이로움을 주지만, 잘못 썼을 때 따르는 책임의 무게 또한 적지 않다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운전 중 졸음이 올 땐 ACC를 켜기보단 잠깐 쉬었다 가는 편이 현명하다”며 ACC 사용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