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쓰는 시대, 왜 인간은 다시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 한국경제신문·이데일리 편집국장 등 30년 베테랑 언론인, 남궁 덕의 글쓰기 코칭 - 'AI시대 공감 글쓰기' 로 본 기술 이후의 언어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인공지능(AI)이 문장을 생산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다. 기사와 칼럼, 에세이까지 AI가 대신 써주는 환경에서 글쓰기는 점점 기술의 영역처럼 인식된다.
성균관대 겸임교수이자 'AI시대 공감 글쓰기'의 남궁 덕 저자는 이 흐름에 대해 반문을 던진다. AI가 확장될수록 글쓰기는 오히려 인간의 영역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의 신간 'AI시대 공감 글쓰기'는 AI 기술을 둘러싼 기대와 불안을 넘어, 지금 이 시대에 인간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를 중심에 놓는다. 글쓰기의 필요성과 역할, 그리고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을 전면에 내세운다.
AI는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경험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남궁 덕 작가는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장·과학벤처중기부장, 이데일리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30년 가까이 현장에서 글을 다뤄온 그는 AI를 위협이나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대신 역할을 구분한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장을 조합할 수 있지만, 인간이 겪은 경험과 그 안에서 형성된 감정의 맥락까지 재현하지는 못한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그는 글의 출발점을 기술이 아니라 관찰과 해석, 그리고 개인의 사유에 둔다. 글은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드러내는 결과물이라는 인식이다.
읽히는 글은 감각이 아니라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AI시대 공감 글쓰기'는 감성에 기대는 글쓰기론과 거리를 둔다. 남 작가는 글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구조를 강조한다. 주제 설정, 문단 구성, 제목 정하기 같은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메시지는 끝까지 전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 현장에서 체득한 문장 훈련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머리기사가 어떤 질서를 따르는지, 스트레이트 기사가 왜 그 형식을 유지하는지, 사진 캡션이 왜 짧고 명확해야 하는지 등을 통해 글의 뼈대를 설명한다. 이는 기자뿐 아니라 보고서·기획서·에세이를 쓰는 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AI 이후의 글쓰기... 완성도는 ‘고쳐 쓰기’에서 갈린다
남궁 덕 작가는 AI 시대 글쓰기의 분기점으로 퇴고 과정을 지목한다.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문장을 다듬고 의미를 정제하는 단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서술어 하나, 문장 리듬 하나가 글의 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은 글쓰기 기술서라기보다, AI 시대 인간의 사고 방식과 표현 태도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글을 쓰는 행위가 곧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전반에 깔려 있다.
책에는 화가 이노엘라의 유화풍 삽화 21편이 실렸다. 텍스트 중심의 구성에 시각적 여백을 더하며, 책의 주제인 ‘공감’을 감각적으로 보완한다. 이러한 구성은 이 책이 말하는 ‘공감’이 단지 개념이 아니라 체험의 문제임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AI가 문장을 대신 써주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사람의 언어를 찾고 있다. 'AI시대 공감 글쓰기'는 기술 이후의 시대에 글쓰기란 무엇을 남기는 일인지를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