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초읽기'...'리테일 파워' 앞세워 후발주자 한계 돌파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서 제출...2017년 이후 8년만 고액자산가 34.3만명...30억 이상 초고액자산가 6000명 돌파 '업계 최초'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삼성증권이 8년간의 침묵을 깨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고액자산가(HNWI)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수신력을 앞세워 단숨에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위한 현장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도 마친 상태다. 2017년 초대형 IB로 지정되고도 대주주 재판 등 사법 리스크로 사업을 보류한 지 8년 만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자체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 증권사 유동성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의 최대 강점은 단연 ‘리테일 파워’다. 예탁자산 1억 원 이상 HNWI 고객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4만3000명에 달한다. 이는 2024년 3분기 말(26만 명) 대비 31.9% 증가한 수치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고객 수 또한 올해 1월 6일 기준 6223명으로 2024년 말 대비 58.2% 급증했다. 업계 최초 6000명 돌파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별도의 고금리 특판 마케팅 없이도, 기존 SNI(Special & Noble Intelligence, 초고액자산가 특화 서비스) 고객들의 대기성 자금만으로 발행어음 수신 한도를 조기에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강남권 자산가들 사이에서 현금 창고로 통한다”며 “발행어음 인가가 나면 타사와 명확히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인가를 대비해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IB 부문 내에 발행어음 운용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자산관리(WM) 부문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했다고 알려졌다. 조달 자금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트레이딩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리스크관리본부의 권한을 강화해 건전성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일부는 모험자본으로 의무 공급해야 하며, 공급 비율은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삼성증권은 신기술사업금융(신기사)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누적 5조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신기사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벤처·혁신기업 투자를 확장하고 있으며, 현재 반도체 관련 혁신기업 등을 중심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의 주가 차별화를 위해서는 발행어음 인가 이후 단기간 내 목표 물량을 모집하고, 높은 마진을 통해 운용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 모멘텀은 발행어음 인가 여부로, 현재까지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2월 말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증권은 인가 시 올해 3조 원 규모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NWI 34만3000명을 보유한 만큼 목표 물량 달성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