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AI 진단] "AI 버블론, 단순 투자 사이클로 보는 단견" ①

“컴퓨팅 수요 복리 성장”...전력 당 토큰 지표 제시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실제 노동 영역으로 AI 확장

2026-01-14     문슬예 기자
지난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6에서 AI(인공지능) 산업의 현재와 향후 지형 변화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상세히 풀어냈다. 전력·에너지, 지정학,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CEO의 책임과 철학까지 답변 범위가 거시와 미시를 넘나들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CES 2026 기간 중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Fontainbleau) 호텔에서 CEO가 직접 참여하는 Q&A 세션을 진행했다. 글로벌 미디어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약 90분간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황 CEO는 30여 개의 질문을 받으며 AI 산업 전반에 대한 진단과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날 핵심적으로 등장한 화두는 최근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AI 버블’ 논쟁이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실사용 수익화에 비해 앞서고, 데이터센터·전력 설비 증설이 실질적인 매출 회수 속도를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 투자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일부에서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CSP)의 투자 속도 둔화 가능성과 맞물려 AI 인프라 수요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 CEO는 “AI 수요의 성격을 단순한 설비 투자 사이클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AI 모델의 크기는 매년 약 10배씩 커지고 있고, 추론(reasoning) 모델 확산으로 생성되는 토큰 수는 연간 5배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 모든 지표가 동시에 복리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이 커질수록, 정교한 답을 내놓을수록 한 번의 질의에 필요한 연산량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젠슨 황이 말하는 토큰은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이 단위를 뜻한다. 

황 CEO는 AI 수요가 ‘한 번 설치하고 끝나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더 나은 답을 만들수록 더 많은 토큰이 필요하고, 더 많은 토큰을 만들수록 그 결과를 다시 소비하게 된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컴퓨팅 사용량은 자연스럽게 누적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투자 기대나 유행에 따라 형성되는 수요가 아니라, 사용 행태 변화가 연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식은 전력·에너지 문제로 이어졌다. 황 CEO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소비 증가를 산업화 단계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면서도, 논의의 기준을 전력 사용 ‘총량’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리량이 10배 늘고 전력이 2배 증가했다면, 에너지 효율은 5배 개선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토큰을 만들어내느냐”라고 말했다.

황 CEO가 제시한 새로운 지표는 ‘전력 대비 토큰 생산성(tokens per watt)’이다. 전력이 제한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더 많은 토큰을 생성할수록 곧바로 매출과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 AI 비즈니스는 토큰을 생산해 수익화하는 산업”이라며 “같은 전력 안에서 더 많은 토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황 CEO는 AI 데이터센터를 기존 IT 인프라가 아닌 ‘AI 팩토리(AI Factory)’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력을 투입해 토큰이라는 결과물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AI 팩토리는 산업 설비에 가깝고, 전력 효율·가동률·연산 밀도가 핵심 성능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AI 팩토리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인프라의 한 형태”라며 “이제 경쟁의 축은 설비 규모가 아니라 생산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AI 팩토리 중심의 산업화 흐름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황 CEO의 진단이다. 그는 “AI는 더 이상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구가 아니라, 노동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에이전트 AI가 실제 경제 활동에 투입되는 단계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인구 감소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이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주장이다.

황 CEO는 AI 수요 확산의 또 다른 축으로 ‘오픈 모델(open model)’의 부상을 꼽았다. 그는 최근 AI 산업의 변화를 설명하며 “오늘날 생성되는 토큰의 상당 부분이 오픈모델에서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모델이 아니라, 공개된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들이 자체 서비스를 만들고 활용하면서 AI 사용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황 CEO는 오픈모델이 AI 수요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오히려 전체 컴퓨팅 수요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픈모델은 AI 접근 비용을 낮추고, 더 많은 산업과 개발자가 AI를 실험하고 적용할 수 있게 만든다”며 “그 결과 토큰 생성량과 연산 수요는 중앙집중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활용이 일부 대형 클라우드나 빅테크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AI 산업의 확장은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미·중 기술 갈등과 수출 통제, 각국의 규제 논의와 관련해 “기술 산업은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가능한 한 빠르게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중국의 AI 생태계는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엔지니어와 창업가들의 역량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속도가 곧 방어력이 된다는 조언이다.

질의응답 말미에는 CEO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역할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술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더 높은 성능과 효율의 기준을 만들면, 파트너와 고객, 그리고 새로운 산업이 그 위에서 성장한다”며 AI 시대의 성장은 개별 기업이 아닌 생태계 단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