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 논의 본격화…업계는 "시장 발전 저해" 반발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 방안 검토...금융위 “확정된 안 없어 한국은 소유 분산 검토…EU·영국·일본은 지배력 변동 심사 중심 2단계법 입법 과정서 규율 방향 '주목'

2026-01-14     박금재 기자
업비트·빗썸·코인원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상자산 2단계법 주요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규율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더불어 해외 주요국의 접근 방식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부의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검토에 강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해당 규제가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닥사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모인 협의체다.

금융위는 현재 소수 창업자·주주로의 지나친 거래소 수익 쏠림과 과도한 지배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에 준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체계를 마련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분 상한 논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단순 민간 플랫폼이 아닌 ‘금융 인프라’ 성격으로 보고, 특정 대주주에게 지배력과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대규모 해킹 사고와 내부통제 논란이 반복되면서, 거래소의 지배구조 자체를 규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의 접근 방식은 한국과 결이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에 일률적인 상한을 두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 취득이나 지배력 변동이 발생할 경우 감독당국의 심사 대상에 올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핵심은 ‘몇 퍼센트 이상 보유 금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암호자산 서비스 제공자를 제도권 금융 규율 안으로 편입하면서, ‘지배력 취득(qualifying holding)’ 개념을 중심으로 감독 체계를 설계했다. 시장에선 통상 20%, 30%, 50% 등 일정 지분 구간을 넘길 경우 감독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평가하고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구조로 해석한다. 지분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지배력 행사 가능성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영국 역시 유사하다. 금융감독청(FCA)에 등록된 가상자산 기업은 25% 이상 지분을 취득하거나 실질적 지배력이 변동될 경우 변경지배 규율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신규 대주주는 감독당국에 사전 통지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금 출처와 건전성,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이 심사 대상이 된다. 지분율은 ‘심사 트리거’일 뿐, 상한선은 아니다.

일본은 의결권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를 ‘주요주주’로 정의하고, 해당 주주의 정보 제출과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암호자산 교환업자 등록제 아래에서 거래소 경영진과 주요 주주에 대한 감독을 병행하며, 최근에는 암호자산을 금융상품에 준하는 체계로 재분류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일본 역시 지분 분산보다는 대주주 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싱가포르도 결제서비스법(PSA)을 기반으로 인허가 체계를 운용하며, 지배구조 변경이나 주요 경영 변화가 있을 경우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싱가포르 모델을 ‘강한 인허가, 유연한 지분 구조’로 평가한다. 지분율보다 감독 가능성과 책임 소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논의와 대비된다.

이처럼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가상자산 거래소 규율의 중심은 지분 상한이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지배력 변동 관리에 있다. 한국이 15~20% 지분 제한을 실제 제도로 도입할 경우, 글로벌 규제 흐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한 소유 분산 규제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지분 상한이 도입될 경우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 해외 전략적 파트너십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거래소 산업 특성상 초기 대주주의 기술·자본 기여도가 큰 상황에서, 강제적인 지분 분산은 경영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거래소를 어느 수준의 ‘금융 인프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책 판단이다. 금융위가 “확정된 안은 없다”고 밝힌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지분 상한보다는 해외처럼 대주주 심사와 변경지배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수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상자산 2단계법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지배구조와 성장 경로를 동시에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정무위 김상훈 의원은 이날 “최근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금융위원회 안에 느닷없이 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민간에서 쌓아 올린 성과를 행정적인 규제를 통해서 제한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디지털 자산 시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