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김호성 방위산업학회장 “올해 어렵지만, K-방산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 될 것” 

김호성 방위산업학회장 신년 인터뷰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라 ‘산업 참여권’을 파는 경쟁으로 바뀌어… 경쟁 허들 더 높아질 것” “미래 방산 기술인 AI 관련 준비 상황은 개선해야 할 점 많아”  “정부가 요구하는 방산 상생 생태계 위해선, 역할에 기반한 체계로 전환해야”

2026-01-13     박성진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2026년 병오년 새해, 최근 축포를 쏘고 있는 K-방산이 다시 한 번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섰다. 러우전쟁은 아직 종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됐으며, 이란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에도 미국은 개입을 천명하고 있다. 

갈등과 각자도생이 뉴노멀이 된 국제 정세. K-방산은 올해 단순한 판매자를 넘어선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본지는 대한민국 방산 전문가인 김호성 한국방위산업학회장(국립창원대 교수)과 함께 올해 K-방산 전망과 주요 과제를 짚어보았다.

김호성

Q) 최근 상승세에 올라탄 K-방산의 실적 전망이 매우 밝은데, 올해 우리나라 방산의 방향성을 어떻게 보는가

- 최근 수출 실적 추이를 보면 2022년 173억 달러에서 2024년 95억 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해 152억 달러를 기록하며 확실한 반등세에 진입했다. 작년 연말 에스토니아 약 5000억 원(3억 유로), 폴란드 약 5조 6000억 원(약 39억 달러) 수준의 계약 성과도 좋다.

올해도 K-방산이 노릴 수 있는 대형 수주가 줄지어 있어 기대감이 크다. 가장 주목할 사업은 단연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으로 성사되면 최대 60조원 규모다. 페루 K2·K808 패키지 역시 올해 상반기 이행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남미 시장 교두보 확보가 기대된다. 이라크, 루마니아 등 기존 협력국과의 추가 수주까지 고려하면, 올해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Q)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존재하는데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힘의 세계는 올 한해도 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본다. 미 백악관이 발표한 ‘2025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은 ‘힘을 통한 평화’와 ‘중국과의 경쟁’, 그리고 ‘동맹의 분담’이다. 이어 지난 7일 단행한 트럼프 대통령의 ‘66개 국제기구 탈퇴’ 서명은 다자간 규범의 힘이 약화되고 ‘힘의 정치’가 부활했음을 의미한다. 자강을 위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재무장 수요는 앞으로도 폭증하고,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예상 못한 국제 정세가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보다 우리에게는 동시에 안보 해답을 찾는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LIG넥스원의

Q) 언급한 기회 중에 우선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이다. 규모 역시 최대 60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 관심이 뜨겁다. 현재 판세와 승산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올해 3월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독일과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결국 이번 사업의 승패는 ‘절충교역(Offset) 패키지’에서 갈릴 것이다. 절충교역은 쉽게 말해 ‘무기를 사는 조건으로 판매국이 구매국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다. 무기를 사줬으니 그에 상응하는 국내투자, 기술협력, 고용보장 등을 해달라는 것이다.

캐나다는 단순 도입을 넘어 현지 산업 참여와 기술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독일은 NATO 내 오랜 협력 이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현지 산업 참여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역시 정부 차원의 방산 외교를 총동원해, 캐나다 현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산업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승산이 있다.

Q) 캐나다의 수준 높은 요구사항처럼 최근 유럽시장의 블록화와 현지 생산 요구 등 방산 수출 대상국들의 허들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우리로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이제부터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단순히 무기 수출이 아니라 ‘산업 참여권(Entry Ticket)’을 파는 경쟁으로 봐야한다. 이에 대응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공동개발의 경우, 핵심 기술은 철저히 통제하되, 주변 기술은 과감히 개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이전은 한 번에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운용·정비부터 시작해 부품 모듈 생산 기술, 개량 및 성능 개선 참여로 이어지는 ‘단계형 이전(Stage-gated Transfer)’ 모델을 구축해야한다.

현지생산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생산해 보안을 유지하되, 조립과 통합은 현지에서 진행해 상대국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기업 단독으로는 이 거대한 패키지 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 지원과 외교적 보증을 서주는 등 뒷받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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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방산은 동시에 AI 미래 기술로의 전환 숙제도 눈앞에 있다. 이에 대비하는 우리 기업들의 상황과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 AI를 이용한, 대표적인 미래 방산 기술 중 하나인 유무인 복합체계의 경우, 대형 플랫폼 운용 경험과 통신·전술 데이터 연계 능력 면에서 체계 설계 역량은 강점을 가진다. 하지만 실전 데이터 축적 부족은 뼈아픈 대목이다.

또한, 드론과 로봇 등 무인 기술분야에서 무인수색차량 등이 여전히 과거 스펙에 머물러 자율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역시 오경보 과다와 센서 간 통합 부족, AI의 환경 적응력 부재, 사이버·전자전 취약성 등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부문들이 개선돼야 미래 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생각한다. 

Q) 이재명 정부 들어 방산 분야에서도 상생의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간 K-방산의 성과가 대기업에 집중됐는데,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넘어 중소·중견기업까지 성과가 확산되며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방안은 무엇인가

- 방위산업진흥회가 실시한 방위산업 실태조사 결과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K-방산 생태계가 방산업체(체계업체와 방산협력업체를 포함) 위주로 재편되면서, 방산에 납품하는 그외 일반업체에는 이익이 확산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방산업체 내부에선 고용률이 증가했지만, 그 외 일반업체에서는 유의미한 고용률 증가가 확인되지 않아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를 남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방산도 역할에 기반한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한 하청‧납품만 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기업이 부품 공급자를 넘어 ‘체계 일부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정 모듈 단위를 책임지는 ‘모듈 단위 책임 체계(Lead Subsystem Supplier)’를 제도화한다면, 중소기업이 책임 있는 모듈의 주인으로서 기술력을 쌓으면서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함께 강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김호성 한국방위산업학회장(국립창원대 교수)은 육군사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KAIST와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및 기술경영·정책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다. 

2022년부터는 국립창원대에서 방위산업과 국방기술경영, 글로벌 방산 협력 분야에 대해 연구 활동을 수행중이며, 다수의 SSCI급 국제 학술 논문을 발표,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자랑스러운 방산인상' 방산학술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제6대 한국방위산업학회장으로 취임해 활동하며 방위산업 현장 실무와 학술적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