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 다름이 가치가 되는 차…4331만원 가격도 반전
필랑트, 르노의 두 번째 오로라 프로젝트 새로운 접근법의 SUV로 ‘언더독 반란’ 예고 "가격은 국산차, 감성은 프리미엄 수입차"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주인공은 필랑트. 프랑스어로 ‘별똥별’을 의미한다. 필랑트는 이름 뜻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반짝이는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박스 모양 SUV로 가득한 국내 도로 위에서 필랑트의 특별함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로렌스 반 덴 아커는 “국산 시장에서 르노는 존재감이 다소 약한 브랜드다. 새로운 접근법을 통한 ‘파격’ 없이는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언더독의 반란을 예고했다.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국내 시장 판매대수는 5만2271대로, 전년 대비 31.3% 성장을 이뤘다. 2024년 9월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의 공이 컸다. 4만877대 판매를 기록하며 홀로 르노코리아의 살림을 책임졌다. 올해 르노코리아는 신차 출시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꾼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인공, 필랑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짬이 느껴지네.’ 필랑트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한국에서 보낸 지난 20여 년 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 필랑트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살뜰히 살핀 결과물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차체 크기부터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정조준한다. 필랑트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4915×1890×1635mm로,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기아 쏘렌토와 어깨를 견준다. 2820mm에 이르는 휠베이스마저 쏘렌토(2815mm)를 닮았다.
하지만 디자인은 여느 국산 SUV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역시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오늘날 SUV는 네모난 형태가 특징이다. 광활한 실내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 싼타페와 팰리세이드가 있다. 반면 필랑트는 낮고 넓은 차체 비율로 속도감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팽팽하게 부푼 앞뒤 펜더는 고성능 SUV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자아낸다. 로렌스 반 덴 아커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이전에 없던 SUV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필랑트가 역동적인 외모를 가진 배경을 설명했다.
커다란 덩치에 녹아든 르노 특유의 디테일도 필랑트의 매력이다. 로렌스 반 덴 아커는 조각하듯 깎아 만든 차체를 비결로 꼽았다. 덕분에 시선을 어디로 옮겨도 심심할 틈이 없다. 백미는 뒤태다. 3분할 테일램프를 비롯해 바람이 훑고 지나간 듯 날카로운 선과 면으로 강한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한마디로 필랑트는 감상하는 맛이 좋다. 화려한 조명으로 수놓은 전면 디자인도 마찬가지. 로장주(마름모) 엠블럼을 중심으로 섬세한 손길 더해 르노의 디자인 정체성을 표현했다.
날렵한 몸매를 가졌지만 실내 공간의 손해는 크지 않다. 로렌스 반 덴 아커는 “필랑트를 통해 다름이 틀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며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지만 중형 SUV의 가치는 그대로 지켰음을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1, 2열 모두 공간은 부족함이 없었다. 2열은 320mm에 이르는 무릎 공간과 886mm의 헤드룸을 갖춰 승객 모두의 편안한 여행을 약속한다. 다만 2열에 앉았을 때 전방 시야는 조금 답답하다. 멋스러운 버킷 시트가 풍경을 모두 가린다. 하지만 스포티한 감성을 더하는 요소인 버킷 시트는 포기하기엔 너무 매력적이다. 트렁크 용량은 633L로 충분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50L까지 늘어난다.
파워트레인은 그랑 콜레오스와 기본 바탕이 같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2개를 구성으로 한다. 시스템 출력은 250마력으로 더 큰 차체 크기에 맞춰 개선했다. 10% 성능 높인 최대토크 역시 보다 시원한 가속을 기대하게 한다. 공인 복합연비는 15.1km/L로 하이브리드의 가치를 뽐낸다. 1.64kWh 배터리를 품고 도심 구간 운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하며 기름을 아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450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까지 받으면 4331만원9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1955대 한정판을 제외하면 가장 비싼 트림의 가격도 5000만원이 넘지 않는다. 5개 레이더와 전면 카메라 1개로 구현한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모든 트림 기본으로 챙기고, 주파수 감응형 댐퍼, 12.3인치 스크린 3개를 이어붙인 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으로 차별화를 꾀했음에도 가격 부담을 낮췄다.
물론 넘어야 할 숙제도 있다. 한 집안 식구인 그랑 콜레오스와 시장이 일정 부분 겹쳐 카니발리제이션(내부잠식)이 우려된다. 로렌스 반 덴 아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SUV가 되기를 바라며 필랑트를 기획했다”며 정공법을 따른 그랑 콜레오스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의 연간 목표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자신한다”며 르노코리아의 내수 시장 연간 10만대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필랑트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오는 3월부터 출고 예정이다. 계약은 1월 13일부터 전국 르노코리아 전시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