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농협중앙회 임원 농협은행 인사개입 정황 포착
공소장에 담긴 인사 개입 정황…‘특별상담’ 통해 인사안 수정 증거인멸 의혹까지 번져…농협 지배구조 도마 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검찰 수사로 농협중앙회 고위 임원이 농협은행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임원은 1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겸직 사임과 함께 인적 쇄신 차원에서 물러나기로 한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지 부회장은 중앙회에 공식적인 은행 인사 권한이 없음에도 특정 인사안을 반영하도록 농협은행 인사부장을 교체하고 인사안을 바꾸게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는 지 부회장이 '특별상담(특담)' 명목으로 중앙회 의견을 인사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인사안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내용이 적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실제 인사 부서 책임자 교체까지 이뤄졌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지 부회장이 검사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수고 폐기하는 등 증거 은닉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로 인한 증거인멸 혐의도 적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농협 중앙회가 지배구조상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회가 지분을 통해 농협금융지주를 거쳐 은행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정황이 공소장에 반영됐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지 부회장의 행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지배구조상 중앙회가 계열사의 인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구조는 문제”라며, 농협 금융계열사의 인사 독립성과 책임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지 부회장을 업무방해 및 증거인멸 교사·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농협 지배구조 전반의 개선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은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볼 사안이 아니라 '특담'이라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중앙회가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며 "인사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에서는 내부통제 역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협 금융계열사의 인사 독립성과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전반을 점검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는 공금 낭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특별감사를 진행해 지난 5일 농협중앙회의 임직원 배임 의혹과 변호사비 공금 지급 의혹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임직원 형사 사건에 변호사비로 공금 3억2000만원을 지급한 의혹 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특별 감사에서 강 회장이 1박에 200만원이 넘는 호텔 스위트룸에 묵는 등 해외 출장비를 과도하게 집행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강 회장이 2024년 농협중앙회장으로 출마하면서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최근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후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