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HC 2026] "AI 제약사 구현" 엔비디아·릴리, 1.3조 투자 동맹 '승부수'
릴리 데이터와 초고성능 연산의 만남...K-바이오, '튜닝랩' 플랫폼 수혜주 될까 블랙웰 잇는 '베라 루빈' 엔진 장착...신약 개발, 시행착오 대신 'AI 설계' 시대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12일(현지시간) 개막한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JPMHC)에서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가 약 1조 3000억 원(1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 청사진을 발표했다. AI로 작동하는 제약사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선언으로, 이번 협업이 국내 AI 바이오 기업의 신규 기술이전이나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엔비디아는 이번 협업의 핵심 키워드를 ▲AI 플랫폼(BioNeMo) ▲차세대 컴퓨팅(Vera Rubin) ▲제조 최적화(Digital Twin)로 꼽고 릴리와 향후 5년간 인프라, 연구 분야에 최대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한다고 밝혔다.
AI 플랫폼 '바이오네모(BioNeMo)'는 릴리와 엔비디아가 구축하는 AI 공동 혁신 연구소의 두뇌에 해당한다. 생물학, 과학, 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AI 모델 빌더들과 협업해 대규모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AI 모델을 구축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바이오네모를 통해 과학자들은 하나의 분자를 실제로 만들기 전 단계에 가상 환경(In Silico) 상의 방대한 생물학적·화학적 공간을 탐색할 수 있다"며 "이는 신약 개발의 청사진을 새로 쓰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릴리는 바이오네모 실험실(Wet Lab)과 계산실(Dry Lab)을 연결해 24시간 AI 보조 실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릴리의 머신러닝 플랫폼 '튜닝랩(TuneLab)'은 향후 워크플로우 제안의 일환으로 '엔비디아 클라라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을 포함하게 된다. 릴리는 일부 독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AI 모델을 파트너에게 제공하고, 파트너는 자체 데이터와 결합해 튜닝한다.
차세대 컴퓨팅 '베라 루빈(Vera Rubin)'은 공동 연구소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차세대 슈퍼컴퓨팅의 뼈대로, 엔비디아의 초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의 차기작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을 넘어 '물리적 AI(Physical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가속화하는 데 사용된다.릴리와 엔비디아가 5년간 투자하기로 한 10억 달러의 대부분은 베라 루빈에 적용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구축하는 데 투입된다.
'제조 최적화(Digital Twin)'는 릴리가 신약을 발견하는 단계를 넘어 제조, 공급망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하는 핵심 개념이다. 릴리는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인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고성능 'RTX PRO 서버'를 사용해 릴리 제조 라인의 제조 공정을 최적화한다. 이 환경 안에서 물리적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시험, 적용해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신뢰도를 높일 예정이다.
JPMHC에서 빅테크와의 공식 협업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제약 특화 AI 플랫폼 '튜닝랩(TuneLab)'을 사용하는 릴리 파트너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튜닝랩은 릴리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독점 데이터로 만든 신약 개발용 AI 모델들을 외부 바이오텍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바이오텍 등 기업이 릴리의 기초 모델을 활용해 기업의 특정 데이터나 질환 타깃에 맞게 최적화하도록 돕는다.
릴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하다. 릴리의 디지털 트윈 공정 설계가 주요 위탁생산(CMO) 파트너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와 결합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기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정 관리 시스템에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SDS 자회사 엠로는 AI 기반 공급망 관리(SCM)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릴리가 강조한 '공급망 회복력 강화'와 '디지털 트윈 최적화' 단계에서 데이터 통합 솔루션 관련 기술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엔비디아 바이오네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업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바이오텍이다. 바이오네모, 베라 루빈 등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실질적인 기술 협업 관계에 있다. 자체 AI 슈퍼컴퓨팅 센터를 보유한 신테카바이오는 릴리가 강조한 '연속 학습 시스템(Wet-Dry Labs)'과 유사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릴리가 집중하는 '정밀 표적 치료제' 설계에 강점이 있는 기업으로, AI를 활용해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높은 물질을 빠르게 도출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업 발표는 AI를 의료 현장의 지원자로 보는 수준을 넘어 AI로 작동하는 제약사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라며 "잠재 수혜주의 실질 매출, 비용 부담 및 데이터 이슈, 튜닝랩을 통한 실질적 기회 제공 여부에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