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굴기] 'EB 2200억' 선 빅배스·후 투자…'최창원 표 바이오' 힘 준다
SK바이오사이언스 보통주 교환 유동성 마련, 재무 대청소 자체 의약품 사업 확대 및 독일 손자회사 등 매출원 다변화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SK케미칼이 '최창원 표' 바이오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하반기 발행한 교환사채(EB)를 마중물로 전사적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SK케미칼 내 제약바이오 부문 및 종속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축으로 한 신사업 전개에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NS(중추신경계) 신약 부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SK바이오팜과 어깨를 겯겠다는 포부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해 하반기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기보유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하고, 딜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총 382만2430주로 총 2200억원 규모다.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 대비 약 7.3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보통주 약 5206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66.43%)다. 하나은행(600억원)과 신한투자증권(1600억원)이 인수해 신탁 판매하는 구조다.
EB의 발행 조건은 비교적 발행사 친화적으로 구성됐다. 교환 청구기간은 발행 2개월 지점인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030년 09월 20일까지이며, 표면 및 만기이자율은 0% 수준이다. 만기가 지난 후 매 3개월 마다 풋옵션을 발동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EB의 발행가액이다. 발행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약 4만9000원 수준이었지만, SK케미칼은 여기에 할증을 붙여 교환가액을 5만7555원으로 산정했다. 가중평균치 대비 약 17% 가량 할증을 붙인 셈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당시 주가보다 낮은 4만7000원 선이다. 이 때문에 신탁 판매 완판이 일정 기간 지연되기도 했지만, 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케미칼이 전개하는 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을 대내외에 공표한 걸로 평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당장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복안이다. EB 발행으로 확보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부채 상환에 투입하고, 재무구조를 강화한다. SK케미칼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관리를 통해 올 3분기 말 기준 82.80% 수준의 양호한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당좌비율 159.69% 및 유보율 2182.14% 역시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어음 등 만기가 도래하는 이자발생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 재무건전성의 암초로 작용했다. 이자발생부채는 2024년 말 1조6582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최근 약 2조원 수준으로 불었다. 유동성의 상당량을 이자발생부채부터 갚는다는 계획이다. 오는 2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사채 역시 상환 대상이다. 1200억원을 투입한다.
SK케미칼은 이른바 '빅 배스(재무 대청소)'를 완료하고, 올 1분기부터 바이오 부문의 악셀레레이터를 밟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중추신경계 부문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올리고 있는 것처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역시 SK케미칼 및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최창원 표' 바이오의 존재감을 키우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 시판 성공을 필두로 파킨슨, 알츠하이머 관련 새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차세대 파이프라인인 방사성의약품(RPT) 후보물질 'SKL35501'과 영상진단제 'SKL35502'와 관련 FDA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하는 등 중추신경계 계통에서 고형암 전반으로 타깃 질환을 넓혀가고 있다.
SK케미칼은 일단 올 상반기 자체 제약사업을 축으로 자회사(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다. 당장 올해 말 결산 상에서도 기존 주력 부문인 케미칼 부문과 제약바이오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약 5대 5 수준까지 '이퀄라이징(평형)'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사우디 등 저가 제품의 가격 압박과 유가 등의 영향으로 케미칼 부문의 볼륨이 다소 빠지고, 제약바이오가 부족분을 메우는 구도다.
SK케미칼은 올 3분기 제약(Pharma) 사업 부문에서 누적 매출 3636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매출 볼륨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제약 부문의 온기 매출이 3672억원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3월 비아트리스코리아와 ▲리리카 ▲뉴론 ▲쎄레브렉스 등 ETC 부문의 CNS 처방 치료제 및 소염 진통제 유통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품 매출이 늘어난 덕택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말 SK케미칼의 총 매출액을 2조3838억원, 영업이익을 498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정될 경우 1년 만에 재차 흑자반등하는 동시에 전년 대비 약 40%에 이르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2024년 SK케미칼은 매출액 1조7368억원과 영업손실 45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급여가 유지된 조인스 정과 기넥신에 대한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넥신(기넥신에프정)의 경우 장기간 경도인지장애와 뇌혈관질환 후유증, 알츠하이머 치매 처방약 시장을 장악해 온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선별급여 결정으로 환자 본인부담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콜린 제제는 지난해 9월부터 선별급여가 결정,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상승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콜린 제제에 대한 급여가 축소되면서 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는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잎 추출물 기반인 기넥신 제품에 대해 마케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세 몰이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연결 기준으로 약 27% 가량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인천 송도 본사 이전을 진행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노피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폐렴구균 백신 파이프라인 'GBP410'을 시작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바이럴벡터,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송도 캠퍼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모달리티를 확장한다.
여기에 2024년 인수한 독일 자회사 IDT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 GmbH)의 연결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면서 신규 CDMO(의약품위탁개발) 사업 역시 SK케미칼 자체의 수익성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말 IDT바이오로지카의 매출액은 3326억원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종속회사를 통해 백신 제품의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독감, 대상포진, 수두, 장티푸스 등 제품군의 기술과 생산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설비 투자를 추가로 하는 대신 독일 생산 거점을 확보, 현지 레귤레이션 이슈에도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산이다.
EB 물량과 관련된 시장 출회를 감안하더라도 SK케미칼이 쥐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율이 60% 수준이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은 SK케미칼의 지분법이익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EB 조달 금액은 기본적으로 재무건전성 강화 목적의 채무 상환에 투입되지만, 전반적인 빅배스 후 바이오 신규 사업에도 전사적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유통판매 뿐만 아니라 자체 제제에 대한 마케팅, 종속회사 신사업 등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