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탁구치고 다국어 수다 떠는 로봇…'가능성과 한계' 동시에 체감

[스케치] 중국 로봇 공세와 상체 피지컬의 진화, 자율성은 과제로 손은 사람을 닮았고 다리는 타협했다… 휴머노이드 기술의 한계도

2026-01-10     김지윤 기자

[라스베이거스 = 김지윤 기자] '손은 사람을 닮았지만, 다리는 현실과 타협했다.'

9일(현지시간) CES 2026에서 로봇 전시는 LVCC 노스홀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노스홀 전시장에는 휴머노이드부터 산업·상호작용형 로봇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대거 전시되며, 이번 CES에서 로보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한층 커졌음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중국계 로봇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싱가포르, 미국 등 일부 국가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 로봇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 전시 현장에서 본 로봇들은 디자인과 외관, 만듦새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조악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들이 저가 시장을 겨냥해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고, 외형 완성도보다는 원가 절감과 기능 구현에 집중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지컬 측면, 특히 휴머노이드의 상체와 양손 구현 수준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손가락 관절을 세밀하게 나누고, 사람의 손동작을 빠르게 따라 하는 기술은 이미 일정 부분 완성도에 도달해 있었다.

싱가포르 로보틱스 기업 샤르파(Sharpa)가 선보인 ‘Sharpawave’는 카메라로 사람의 손 모양을 인식한 뒤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시연을 선보였는데, 속도와 정확도 모두 인상적이었다.

샤르파가 이번 전시의 메인으로 내세운 휴머노이드 ‘Sharpa North’ 역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이 로봇은 사람과 탁구를 치는 시연을 진행했는데, 공의 속도와 궤적을 인식한 뒤 즉각적으로 행동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히 사전에 입력된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이 상황에 맞춰 반응한다는 점에서 기존 로보틱스의 한계로 지적돼 온 ‘입력값 대로 움직인다’는 인식을 일정 수준 넘어선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종이접기처럼 더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에서는 속도가 느려, 실제 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의 실무 대응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인상도 함께 남겼다.

피지컬 구현에서도 상체와 하체 간 기술 격차는 뚜렷했다. 상체, 특히 다섯 손가락을 갖춘 손은 매우 섬세한 관절 제어가 가능했던 반면, 하체는 이동 속도가 느리고 중심이 불안정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 보행을 직접 시연한 기업은 소수에 그쳤고, 아예 하체를 바퀴로 대체한 휴머노이드도 다수 등장했다. 걷는 ‘사람형 로봇’보다는 작업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타협적 형태가 주류였던 셈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전시 콘셉트 측면에서 흥미로운 시도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상호작용형 로보틱스 기업 인트봇(Intbot)은 사람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성격과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기자가 현장에서 대화한 로봇은 ‘SNS를 많이 하는 MZ세대’ 콘셉트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수다스러운 캐릭터를 구현했다. 한국어를 포함해 다수 언어를 자연스럽게 지원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보면 노스홀에 전시된 로봇들은 기업별 기술 편차가 매우 크고, 각사가 특화한 영역도 제각각이었다. 아직 하나의 로봇이 이동·조작·인지·대화까지 모두 완성도 높게 수행하는 ‘완성형 로보틱스’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피지컬 대비 소프트웨어와 정보처리, 자율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여러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이러한 한계가 로봇 산업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테슬라 FSD(Full Self Driving)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하며 판도를 흔들었듯, 로봇 산업에서도 판단력과 자율성을 갖춘 로봇이 갑작스럽게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하드웨어의 기본 골격은 상당 부분 완성 단계에 올라 있는 만큼, 이번 CES는 로봇이 실생활로 진입하는 시점이 머지않았음을 체감하게 한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