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24시간 개장·역외 원화결제 도입...정부, MSCI 선진 지수 편입 추진

재정경제부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 발표 내년 지수 편입·2028년 지수자금 유입 목표 외환시장 선진화, 증권거래·결제 체계 마련···8대 과제 제시

2026-01-09     조은주 기자
서학개미

[녹색경제신문 = 조은주 기자] 정부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제대로 평가받도록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한다. 

외환·자본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한국 증시를 국가경제 수준에 걸맞은 글로벌 투자처로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원화 국제화'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하고,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이를 통해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같은 개선을 통해 올해 6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재정경제부는 9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MSCI 선진 지수는 선진시장의 대표적인 상장 종목을 모아 산출한 글로벌 주가지수로, 글로벌 펀드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이 크게 늘게 되는데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추종 자금은 약 16조5000억달러(약 2경4055조원) 규모다.

MSCI는 전세계 증시를 ▲선진 시장 ▲신흥 시장 ▲프론티어 시장으로 분류하는데,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 시장에 편입됐다. 2008년 선진국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으나 2014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경제발전 단계, 시장 규모·유동성 측면에서 선진시장 기준을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선진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채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분류를 기준으로 미국·캐나다·독일·영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 23개 국가·도시가 선진시장으로, 한국·대만·중국·인도·필리핀·터키·UAE·멕시코 등 24곳이 신흥시장으로 구분돼 있다.

정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거래 및 증권 투자 제도와 시장 기반 시설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편하고, 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8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제도를 손질한다. 

8대 과제는 △외환시장 선진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결제 체계 마련 △계좌개설 편의 제고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공시 개선 △현물이체·장외거래 제약요인 해소 △선진 배당절차 확산 △투자상품 가용성이다. 

우선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현재 오전 2시에 종료되는 국내 외환 중개회사의 중개시스템을 오는 7월부터 24시간 연장 운영해 거래 공백을 해소하기로 했다.

eFX(전자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야간에 별도의 외환전문인력 없이 eFX를 통해 자동 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매매기준율(MAR) 산정방식 및 MAR 시장 유지 필요성에 대해서도 시장영향 등을 검토해 개선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자산 장부평가에 주로 사용하는 글로벌 벤치마크 환율(WMR) 편입도 추진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이를 통해 원화를 조달·결제할 수 있도록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에도 나선다. 올해 9월 시범 운영을 개시하고, 내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야간시간 원화 결제가 가능할 수 있게 한국은행에 24시간 결제망(가칭 '역외 원화 결제망')을 신규로 구축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국인 통합계좌의 개설 주체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다수의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개별적으로 한국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는 해외 금융투자업자 명의의 계좌다. 

기존에는 국내 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나 계열사만 해당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해외 중소형 증권사도 통합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해외 개인 투자자들도 현지 증권사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외환동시결제(CLS)를 통해 확보한 원화 자금을 당일 증권 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결제 인프라도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간대 차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겪었던 결제 불편이 완화되면서 국내 주식 거래가 더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계좌 개설 시 필요했던 외국 법인의 공증과 실명 확인 절차도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자금세탁 방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고 국내 자금 계좌가 없는 외국 법인은 대리인을 통한 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하고 공증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 기반 계좌 사용자들이 새 국제 표준인 법인식별번호(LEI)로 원활히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도 정비한다.

이 밖에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 참여자는 중복으로 감리 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보고 의무를 면제한다. 기업의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한다. 올해 영문 공시 대상기업과 항목을 확대하고 제출 기한도 단축한다.

이같은 개선을 통해 올해 6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관찰대상국에 등재되면 내년 6월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이 결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편입이 반영되는 2028년쯤 지수 추종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중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