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굴기] 합병 전보다 1.5배 잘 버는 셀트리온, 주주환원 둘러싼 의혹 해소할까②
2조원대 자사주 소각 마쳤지만...남긴 5%에 주주들 이목 집중 거버넌스 개혁 요구한 소액주주, 임시주총 위해 법원 선택은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 30% 이상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셀트리온에 대한 시장 평가는 합병 이전에 비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주환원, 경영승계 등 거버넌스에 대한 이중적인 행보가 시총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21만 6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5년간 셀트리온 주가의 고점은 2021년 초다.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는 장중 39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2023년 합병 불확실성이 커지자 13만 원까지 떨어졌다. 5개년 전체로 보면 최근의 중간 수준에 위치해 있지만,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 관점에선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가치 평가에서는 현금흐름 창출 능력과 주가를 함께 비교한다. 에프앤가이드, IBK투자증권 리포트를 종합하면 셀트리온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알 수 있는 EBITDA의 2025년 말 전망치는 1조 4370억 원이다. 합병 전후 고원가 제품 재고 보유 등으로 장부상 이익이 줄어들었던 2024년보다 약 60% 늘어난 수치다.
반면 시가총액과 순부채의 합인 '기업가치(EV)'의 2025년 전망치는 약 43조 원으로, 합병이 한참 진행되던 2024년 잠정치인 41조에서 약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EV/EBITDA 배수는 2024년 46에서 2025년 30.4로 떨어졌다. 이익 창출력은 합병 당시보다 1.5배 개선됐지만 시장이 매기는 프리미엄은 약 34% 곤두박질친 셈이다.
증권가는 셀트리온의 올해 EBITDA가 1조 7000억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짐펜트라 판매 안착, 신규 바이오시밀러 출시 등 고마진 신제품 중심의 이익이 늘어나고 합병 불확실성이 추가로 해소되는 시기라라는 게 그 근거다.
다만 EV가 동시에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인 주주환원, 경영승계 등 거버넌스 문제의 해결 의지를 두고 셀트리온과 주주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자사주 95% 태웠지만...1.7% '스톡옵션'에 쏠린 눈
<녹색경제신문>이 최근 5년간 셀트리온의 자사주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 규모는 약 2조 2800억 원(약 1455만 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한 자사주는 2024년 1조 2600억 원, 2025년 9000억 원을 소각해 매입 규모의 95%에 달하는 2조 1600억 원을 소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각된 주식은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 수를 상대적으로 줄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다만 남은 5% 중 1.7%에 해당하는 20억 1900만 원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용도로 사용됐다. 소각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주식을 임직원 보상에 쓰는 데 비판적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지난 5년 간 셀트리온이 주주를 달래는 데 사용했던 '당근책'이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 현금 흐름을 막기보다 이미 사놓은 자사주를 주는 것이 성과급을 주는 것보다 유리하다. 실제 미국 기업도 자사주로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스톡옵션을 주는 행위가 대주주의 우호 지분을 강화하거나 승계 과정의 경영진 결속을 다지는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년 간 셀트리온 주식을 보유해 온 한 주주는 "셀트리온은 수년 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며 "주주감시에 민감한 미국 기업과 달리 셀트리온 등 한국 기업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처분 대상과 시기를 정할 수 있어, 향후 경영권 분쟁이나 승계 시 주주 자산이 오너 방어막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논평을 통해 "셀트리온 오너 일가는 경영권 승계 등 투명성에 관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며 "셀트리온은 바이오 업종에서 거버넌스가 낙후된 기업으로 꼽힌다"고 비판했다.
우수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과 비교해도 차이가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후 즉시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임직원 보상은 별도의 예산을 세워 현금을 주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비중을 높이는 현대자동차 역시 임직원 포상용 자사주 처분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진행한다. 반면 카카오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다가 임직원 보상에 활용해 주주들의 비난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완수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춘 셀트리온을 장남 서진석 대표에게 승계하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3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통합된 이후 서진석 대표는 경영 전면에 나선 뒤 2024년 3월에는 이사회 공동의장에 올랐다. 실제로 서 회장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지분율 상승으로 오너 2세의 안정적 경영을 꾀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개인정보가 담긴 주주명부를 법원에 제출했다. 비대위의 임시주주총회 개최 청구가 법적 요건 미비하다는 셀트리온측 의견에 대응한 결과다. 비대위는 앞서 거버넌스 개혁과 주주환원을 위해 이사 해임, 정관 변경,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회사의 지연 전략을 차단하고 사법부의 판단으로 주총 개최 강제성을 확보하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