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없는 자율주행차 ‘외국 하청’ 전락..."국산 AI기술자립 총력 쏟아야"
학계 "안보 규제 완화하고, 한국 강점인 와이파이 네트워크·기지국 등 자율주행차 학습에 사용해야"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미국 현지 시각 5일 현대차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미디어데이에서 AI 탑재형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전방위 인식이 가능한 카메라, 미세조정이 가능한 촉각 센서와 관절을 시연하며 CES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피지컬 AI’구현을 위해 탑재된 모듈은 구글 제미나이에서 개발된 모델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한 후 구글 딥마인드와 협업을 강화하며 자체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소버린 AI’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로봇, 자율주행차, 자율비행드론, AI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합동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소버린 AI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AI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과 협업을 확대하는 추세이고 산업부, 국토부와 연계하여 AI관련 규제 완화등의 대책도 준비중이다”라며 “특히 자율주행 관련 AI 모델 개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를 공개 제공하여 AI 스타트업이나 연구원 등 누구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과기부가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이나 경진대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밝혔다.
학계 “소버린 AI 만들기 위한 규제 완화 더뎌”...데이터 축적 위한 과감한 입법 필요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황경수 미래지교통과학원 원장은 AI, 특히 자율주행차 산업 내의 데이터 축적이 너무 늦게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황 원장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국. 혹은 구글 테슬라라든지 여러 군데 업체에서는 이미 AI의 데이터 학습, 특히 자율주행 경로나 이동 방식 학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제 이들이 만든 특허 사이를 뚫고 나가야 된다”라며 “우리는 우리 나름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한국은 타국보다 공용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반이 튼튼하고 기지국이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데이터 학습에 이러한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지국을 활용하기 위한 민관의 협조가 필요한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이러한 데이터 학습의 난제로 안보 위협을 꼽았다. 한국이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거부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지도 데이터의 AI학습은 안보상의 이유로 허가가 힘든 상황이다. 황 원장은 “국방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지도 데이터 학습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한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말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김필수 협회장은 오히려 이러한 규제 완화가 미래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김 회장은 “국내산 알고리즘이 개발되지 않으면 미국이나 중국의 AI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오히려 보안 노출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소프트웨어 또한 국산화가 필수이다” 라며 “인공지능부터 자율주행도 소버린 AI 없이 국내 업계가 하드웨어 생산 하청기업으로 전락하면 빅데이터나 알고리즘 분야에서 중국 앞에 다 빨개 벗고 격이 되어버린다”고 소버린 AI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AI 기본법 투명성·책임성 라운드테이블 간담회에서 “지금은 전 세계가 AI 패권 경쟁에 뛰어든, AI 강국 도약의 결정적 시기”라며 “제대로 뛰기도 전에 국내 기술 발전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시기 상조”라며 규제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