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굴기]① "생산 늘고 원가 줄어드는데...주가는 왜?" 영업레버리지의 역설
영업이익률 24%·EBITDA 마진율 32%...영업레버리지로 '체질 개선' 신호탄 역대급 실적 발목 잡는 거버넌스…승계·중복 상장 논란에 주가는 요지부동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인수비용의 140%를 회수 가능한 공장을 가동하고, 현금 창출 능력(EBITDA 마진율)은 30%를 돌파하는 등 영업레버리지 극대화에 따른 체질 개선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가는 4분기 전망치를 약 2% 웃도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혁재 수석부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이틀차인 13일 신약 개발 성과와 위탁 생산(CMO) 사업, 제품 공급 확대 전략 등을 발표한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 등 미국 시장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초기 물량 확보를 선제적으로 이뤄내면서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는 모양새다.
브랜치버그 공장 인수 금액은 약 4600억 원(3억 3000만 달러)으로, 인수와 함께 일라이 릴리에 대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물량 약 6787억 원(4억 7300억 달러)을 확보했다. 이는 인수 가격의 약 147%에 달하는 금액이다.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 연간 고정비를 매출액의 약 30~35%로 가정해도 계약 기간을 연 단위로 나눈 2260억 원 규모의 CMO 매출은 브랜치버그 공장의 기본 유지비를 감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시설 가동 초기 단계에서 브랜치버그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릴리 물량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산량이나 운영 수준을 충족시켜준다는 데 있다. 새로운 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때 드는 추가 고정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 시설에서 짐펜트라 등 자사 제품을 생산할 때 셀트리온은 원재료비 중심으로 투입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돌아가기도 전에 인수 비용을 훨씬 웃도는 CMO 물량을 확보했다는 건 원금 회수가 가능한 수준의 수주를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자사 제품인 짐펜트라의 미국 현지 생산 원가를 낮추는 지렛대로 작용해 올해 영업이익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약 7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총 13만 2000리터까지 키우면 해외 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CDMO 사업 규모는 더욱 확대된다.
장부상 이익 압도하는 '진짜 체력'… EBITDA 마진율 30% 돌파
영업레버리지 흐름은 영업이익률보다 EBITDA 마진율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통상 EBITDA 마진율이 영업이익률보다 높으면 주가보다 실제 기초체력이 튼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현금성 비용인 장부상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 비중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2024년 온기 3조 5573억 원,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2조 8323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3.8%에서 24.5%로, EBITDA 마진율은 25.6%에서 32.3%로 각각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상각비 등 고정비를 매출로 찍어누르는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영업이익률에서 확인된다"며 "동시에 30% 수준의 EBITDA 마진율은 셀트리온이 장부상 숫자와 무관하게 뛰어난 수준의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2024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발생한 판권 등 무형자산 상각비를 판매관리비로 대거 반영했다. 이 같은 장부상 손실은 2025년 들어 매출이 커지자 상각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며 만회됐다. 동시에 합병 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했던 고단가 재고자산이 모두 소진되며 매출원가율은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54.4%에서 2025년 3분기 43.0%로 11.4%포인트 줄어들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원가를 절감해 실적 굴기를 견인한 셈이다.
EBITDA 마진율인 32.3% 역시 영업레버리지의 증거다. 영업이익률의 10%포인트 상승은 상각 기간이 끝나 장부상 이익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BITDA 마진율은 이런 회계상의 가정과 무관하게 물건을 팔아 실제로 이익 내고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평균 EBITDA 마진율은 10% 안팎이다.
여기에 2024년 말 준공된 송도 3공장이 올해 본격 가동 궤도에 오르면 캐파 증가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확대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3공장은 기존 대형 배양기와 달리 중소형으로 구성돼 스텔라라, 아일리아 시밀러 등 다양한 생산요구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후속 파이프라인 유연한 생산 스케줄을 가능하게 해 공정 최적화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무거운 주가'... 발목 잡힌 실적 가시성
다만 이 같은 이익 가시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8일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약 21만 1000원으로, 2021년 1월 31만6000원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2023년 9월에는 12만7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가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모멘텀을 기대해 왔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최근 시장 컨센서스 약 3968억 원을 20%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지만, 이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주가와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을 감안하면 약 20~3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2025년 연간 잠정 매출은 약 4조 1600억원으로, 연초 가이던스인 5조원에 미치지 못했다"며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024년 내내 합병에 따른 고원가 재고 문제가 주가를 억눌렀다"고 진단했다.
합병 이후의 자사주 소각, 경영권 승계 등 해묵은 거버넌스 논쟁이 끝나야 실제 '리레이팅'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셀트리온이 최근 5년간 약 2300만 주 이상의 자사주를 취득했지만 주주들은 합병 당시인 2024년에만 대규모 소각을 단행했다고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를 매입한 만큼 소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정성 있는 주주환원이 실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복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사업회사인 셀트리온이 이미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까지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할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년 간 셀트리온 주식을 보유해 온 한 주주는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은 중복상장에 엄격한 국내 규제를 피해 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증여·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4분기 잠정 실적은 고수익 신제품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이끌어낸 결과"라면서도 "다만 주가는 4분기 실적을 반영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