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뱅' 공약 내건 고영철 신임 신협 회장···실현 가능성은 '글쎄'
제34대 신협중앙회장에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 당선···찬성률 38.4% 후보 공약 내걸 당시 '건전성 회복·내부통제 강화·신성장동력 발굴' 제시···당선 소감에서도 반복 '제4의 인터넷은행' 등 일부 공약 현실성 회의적···자본력 부족 등으로 지난해 인뱅 설립 좌초된 선례 있어
[녹색경제신문 = 김나영 기자] 신임 신협중앙회장에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이 당선되면서 고 당선인이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신협의 차후 과제로 꼽히는 건전성 개선·내부통제 강화 등을 해당 공약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제34대 신협중앙회장에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이 선출됐다. 직선제 도입 후 첫 다자구도의 회장 선거에서 고 당선인은 투표에 참가한 784인 가운데 301표(38.4%)의 찬성표를 받아 당선됐다.
고 당선인은 조선대학교 회계학과 출신으로 1993년 광주문화신협 창립에 참여해 실무책임자, 상임이사, 이사장을 거치며 30년 넘게 조합 운영 현장을 이끌어온 베테랑이다. 광주문화신협은 전국 신협 가운데 자산 규모 상위권(2위) 조합이다. 또한 고 당선인은 2022년부터는 신협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중앙회 정책과 제도 운영에도 참여해 왔다.
고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신협의 위기는 책상이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며 중앙회가 조합을 관리·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회복과 성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우선 과제로는 건전성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제시했다.
현재 신협은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연체율은 8.36%로 전년 말 대비(6.03%) 2.3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08%에서 8.53%로 1.45%p 증가했다.
신협은 2024년 35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IMF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적자에 빠졌다. 2025년 상반기도 33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실적 하락세는 3년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적자를 기록한 조합은 456곳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내부통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신협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는 61건으로 상호금융권 중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 자체감사에서 적발된 비리 건수도 68건에 달해 새마을금고(39건), 농협(28건), 수협(22건) 등을 크게 웃돌았다.
고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이 같은 신협의 상황을 제4인터넷은행 설립, 매칭충당금 펀드, 요양병원·실버타운을 연계한 '신협 복지타운' 등의 공약으로 해결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고 당선인은 인터넷은행인 'CU뱅크(가칭)'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상호금융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익모델을 창출하겠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은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규모 초기 투자도 쟁점이지만 무엇보다 신협의 재정여건 탓이 크다. 지난해 9월 컨소시엄 4곳이 추진하던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 자본력 및 추가 자본출자 가능성에서 미흡하다는 평을 받아 좌절된 만큼, 신협의 재정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4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기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과의 경쟁구도까지 고려하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 좌초될 당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론 등에 "국내 시장 파이로는 현행 3사만으로도 이미 포화 수준"이라며 "영업 수익을 내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텐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고 당선인은 7일 당선 소감을 밝히며 구체적인 경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재무상태가 취약한 조합의 정상화를 위해 ▲경영정상화 지원자금 지원요건 완화 ▲상환준비금 잉여금 일부의 조합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 지원 ▲자본잠식 조합 대상 연계대출 및 여신형 실적상품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신규 대손충당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가칭) 매칭 충당금 펀드’ 구상도 제시했다.
부실채권(NPL) 관리체계와 관련해서는 NPL 자회사를 자산관리회사(AMC) 성격으로 전환해 장기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사후정산을 통해 발생한 초과이익을 조합에 환원하는 구조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예금자보호기금 역시 사후 보호를 넘어, 조합 건전화와 자본 확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는 순회감독 제도 활성화, 10개 신협 단위 그룹 관리, 전담역 제도 도입을 통한 상시 점검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 신협중앙연수원과 유관기관 협력을 통한 여신 전문인력 양성, 지역본부 심사역 제도 도입 등 여신 심사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고 당선인은 "신협이 다시 현장과 조합원 중심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성과 성장 기반을 함께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앙회는 지역 신협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 당선인의 신임 회장 임기는 오는 3월 1일부터 2030년 2월 28일까지 4년이다. 신협은 절차에 따라 업무 인계·인수를 진행하고 취임식을 포함한 공식 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