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신년사 화두는 'AI'...10대 그룹 신년사 최다 언급 키워드는 'AI·고객·변화'
- 이재용, 2일 사장단 만찬...전영현 "AI 반도체 대응, AI 시대를 선도하자" - 최태원, AI 최다 언급 "AI를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자" - 정의선 "자동차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 - 구광모,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기술 패러다임 변화 등 외부 시각 공유 - 10대 그룹, 신년사에서 최다 키워드 'AI'...SK 15회, 삼성 10회 순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올해 핵심 키워드로 'AI'를 강조했다.
사실상 올해가 재계의 AI 원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 사장단은 2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3시간 동안 신년 만찬 행사를 진행하면서 '인공지능(AI) 드리븐 컴퍼니'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DS부문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 박학규 사업지원실장 사장,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용석우 DX부문 VD사업부장, 한진만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윤호 사업지원실 전략팀장, 김원경 글로벌대외협력실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날 신년사를 발표한 전영현 부회장은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노태문 사장은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다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공식적으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 만큼, 재계는 이날 만찬에서 나온 '메시지'와 전영현 부회장의 신년사를 사실상 이재용 회장의 신년사로 인식하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은 "최신 AI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반도체 설계부터 R&D, 제조, 품질 전반에 적용해 반도체 기술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제품 중심에서 고객 지향 중심의 회사로 변화하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SK그룹 전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신년사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산업 판도와 사업 구조가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 됐다"며 "메모리, ICT, 에너지설루션, 배터리와 이를 잇는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SK가 수십 년간 묵묵히 걸어온 길은 결국 오늘의 AI 시대를 준비해 온 여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간 쌓아온 시간과 역량을 토대로 지난해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높은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세계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또한 "AI 시대는 이제 막이 오른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의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기회도 무한할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으로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AI라는 거대한 혁신은 반도체만의 과제가 아님을 강조하고 "에너지, 통신, 건설, 바이오 등 SK 멤버사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사업 역량이야말로 AI 시대를 지탱하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K가 잘해왔던 사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AI라는 혁신을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하는 영역에서 AI 기반 솔루션과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SK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키워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구성원 모두가 AI를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안에서의 성취가 각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 신년사에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때,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개선"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동차 시장만 보더라도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보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수백조원 투자로 이 영역에서 우위를 선점해온 데 비해 우리가 확보한 역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선 회장은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물리적(Physical)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더 큰 미래를 보고 다양한 파트너들과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를 넓혀 나간다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이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년사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함께 소개됐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기술 패러다임 변화, 기존 대기업 중심 경쟁 구도의 흔들림, 가치·경험을 중시하는 고객 인식 변화, 그리고 조직의 민첩성 요구 등이 주요 키워드로 제시됐다. LG는 이를 통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한편, 국내 10대 그룹의 올해 신년사 최대 화두는 'AI'였다. '고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기업들이 언급했고, 산업 지형의 급속한 재편 속에 '변화' 역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최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5년 지정 대기업집단 10개 그룹의 2026년 신년사에 사용된 단어들의 빈도 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AI'(44회)로 집계됐다.
AI는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9계단이나 상승했다.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AI의 영향력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주요 기업들도 AI 환경에 대한 적응과 활용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고 CEO스코어는 풀이했다.
주요 기업 중 AI 업계를 선도하는 SK(15회)와 삼성(10회)이 AI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SK는 "우리가 보유한 현장의 경험과 지식에 AI 지식이 결합된다면, 우리는 기존 영역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AI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자산과 가치를 법으로 삼아,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법고창신'의 마음가짐과 함께, AI라는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승풍파랑'의 도전에 나서자"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S·DX부문별로 "AI를 선도하는 미래 경쟁력과 고객 신뢰로 기술 표준 주도", "AX 혁신과 압도적 제품 경쟁력으로 AI 선도기업 도약"을 강조했다.
'고객'(43회)은 신세계가 가장 많은 25회 사용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언급 순위 2위에 올랐다.
LG는 2019년 신년사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으로 '고객'을 제시한 후 지난 5년간 신년사에서 '고객'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업계 지각 변동에 따라 '변화'도 42회 등장해 3번째로 많았다. 롯데와 GS가 나란히 9회, 포스코는 8회 사용했다.
이어 '글로벌(세계)'(40회), '성장'(35회), '기술'(33회) 등이 많이 사용됐다.
올해는 '도전'(24회·10위)이 10위권에 신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