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레노버, 키노트서 ‘AI 운영체제’ 선언...PC·폰·웨어러블·기업 AI를 하나로 묶다

개인 AI에서 기업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AI’ 전략 제시 FIFA 협업 통해 스포츠·산업 분야 AI 적용 방향 구체화

2026-01-07     박한솔 기자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레노버가 CES 2026 키노트에서 ‘AI 운영체제의 주도권’을 선언했다. PC·서버·스마트폰·웨어러블을 각각 진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하나의 공통 레이어로 묶어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데이터, 산업 현장까지 관통하는 ‘단일 AI 생태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레노버가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AI는 더 이상 특정 기능이나 앱이 아니라, 모든 기기와 서비스 위에서 작동하는 ‘기본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 데이터로 학습한 퍼블릭 AI와 개인·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로 움직이는 개인·기업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I’를 중심에 놓고, 레노버는 자신을 기기를 파는 회사가 아닌 AI가 작동하는 경험과 인프라를 통합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이 구상을 무대 위에서 설득하기 위해 레노버는 파트너들을 순서대로 배치했다. 각자의 역할은 달랐지만, 모두가 하나의 그림 안에서 움직였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었다. 그는 AI를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미래 컴퓨팅의 운영체제에 가까운 기반 레이어로 규정하며, CPU 중심 컴퓨팅에서 GPU 중심 가속 컴퓨팅으로의 전환을 ‘플랫폼 시프트’로 설명했다.

AI 경쟁의 본질은 모델 하나의 성능이 아니라, AI를 생산·가동하는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레노버는 이 발언을 출발점으로 삼아 ‘AI 팩토리’ 개념을 제시했다. 대규모 GPU를 빠르게 가동해 첫 결과를 뽑아내는 시간(Time-to-first-token)을 줄이는 인프라를 현장에 구축해 주겠다는 것이다.

젠슨 황이 레노버를 “전 세계 Top500 슈퍼컴퓨터의 3분의 1을 만드는 회사”로 소개한 대목은, 레노버가 단순 조립을 넘어 대형 시스템을 제품화하고 현장에 안착시키는 능력을 갖췄다는 신뢰의 근거로 작용했다.

그 다음 바통은 인텔(Intel)의 CEO 립부 탄(Lip-Bu Tan)에게 넘어갔다. 레노버가 개인 AI의 얼굴로 내세운 ‘키라(QIRA)’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모아주는 인지형 인터페이스다.

사용자의 습관과 맥락을 학습해 시간이 갈수록 ‘나에 맞는 AI’가 되는 것이 목표다. 탄 CEO는 이 키라가 AI PC ‘Aura Edition’을 통해 실제 제품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설명했다.

인텔과 레노버가 30년 넘게 공동 설계(co-engineering)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신 코어 울트라(Core Ultra) 기반으로 지능형 PC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노버는 폰과 PC 간 파일 전송, 업무·게임 모드 전환, 실시간 지원 같은 장면을 예로 들며 AI PC를 ‘특정 기능 추가’가 아니라 ‘새 기본값’으로 제시했다. 이 구도에서 인텔은 레노버의 개인 AI를 실제로 돌게 만드는 설계・연산 파트너다. 

개인 AI가 한 대의 PC에 머무르지 않도록 연결을 맡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였다. 유수프 메디(Yusuf Mehdi) 마케팅 총괄은 코파일럿(Copilot)과 키라의 통합을 통해 기기 간 경험을 하나로 잇겠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말하거나 텍스트로 요청하면 AI가 맥락을 이해해 돕고, 화면을 공유하면 작업 흐름을 파악해 더 빠른 제안과 도움을 제공하는 장면을 제시했다. 코파일럿을 모토로라 스마트폰으로 확장해 폰과 PC 사이 메시지·검색·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도 강조했다.

레노버의 AI가 ‘기기 안’에서 작동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기기 사이’로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맡았다. 

AI를 다시 현실 세계, 그것도 ‘몸’ 가까이로 끌어온 축은 퀄컴(Qualcomm)의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이 설명했다.

그는 지능형 웨어러블을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옆에 놓일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 종으로 규정했다. 안경·펜던트·반지·핀처럼 사람들이 이미 착용하는 형태가 AI의 그릇이 되고, 기술 산업과 패션 산업이 결합하는 지점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아몬 CEO는 개인 AI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즉각 반응하는 속도와 초저전력, 상시 연결성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작은 기기 안에서 AI를 돌리는 온디바이스·하이브리드 AI의 중요성을 짚었다.

특히 “엣지 데이터, 즉 내 주변에서 실시간 생성되는 맥락 데이터의 가치를 누가 활용하느냐가 AI 경쟁의 승부처”라는 예측을 던졌다. 이 파트에서 퀄컴은 AI를 몸에 붙이는 단계를 책임졌다.

기업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AMD의 CEO 리사 수(Lisa Su)가 등장한다. 수 CEO는 “기업은 AI를 데이터 가까이 가져오길 원한다”고 전제하며, AI 연산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기업 내부 서버(온프레미스)와 현장·기기 가까운 곳(엣지)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제시했다.

레노버는 AMD EPYC 기반 AI 추론 서버 ‘ThinkSystem SR675i’를 소개하며 실시간 인사이트와 빠른 의사결정, 데이터 보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버 한 대’가 아니라 랙 단위로 설계된 AI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노버는 AMD의 ‘Helios’ 랙스케일 AI(rack-scale AI) 아키텍처를 초기 채택하는 시스템 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혔고, AMD는 EPYC CPU·Instinct GPU·네트워킹·ROCm 오픈 소프트웨어를 묶은 개방형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축에서 AMD는 기업 데이터 옆에서 실제로 AI가 돌아가게 하는 기반을 담당했다. 

레노버는 이 모든 구상이 현실 산업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FIFA를 무대에 올렸다. 양위안칭은 FIFA가 매년 수백 경기, 수천 선수, 수백만 데이터 포인트를 보유한 ‘데이터 부자 조직’이라며, 이를 분석하기 위한 맞춤형 지식 비서 ‘Football AI Pro’를 공개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방대한 데이터를 검색해 몇 초 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다. 지아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는 2026년 월드컵을 두고 팀·선수 지원과 팬 경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8개 참가팀에 축구 분석 데이터를 ‘민주화’하고, 심판 시점 영상의 AI 안정화, AI 기반 3D 선수 아바타와 추적을 통해 판정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레노버는 FIFA 브랜드 모토로라 스마트폰과 통신 파트너 유통까지 언급하며, AI가 콘텐츠→디바이스→유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키노트는 신제품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조립된 이야기였다.

레노버는 PC·폰·웨어러블·데이터센터·스포츠 현장을 하나의 AI 경험으로 묶고, 파트너들을 각 구간의 엔진으로 세웠다. AI 시대의 주도권은 모델 하나가 아니라, 이 연결 구조를 누가 먼저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느냐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이번 키노트에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