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있다" 삼천당제약 장기지속형 주사제 '류프로렐린' 3조 계약
판매 후 수익 공유 방식으로 차별화…'준 신약급 계약’ 평가도 글로벌 전문가 영입 결실…장기지속형 주사제 스케일업 검증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삼천당제약이 해외 대형 제약사와 전립선암 치료제 '류프로렐린'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미국 라이선스 및 판매 계약을 위한 '텀시트(Term Sheet)'를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 기술 등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부상하는 가운데 3조원 수준의 계약을 체결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텀시트는 본계약 체결 전에 핵심 조건만 정리해 합의하는 단계로, 일반 제네릭 계약보다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계약에 사용된다. 계약금 및 마일스톤 총액은 1340억 원이며, 상업화 이후 매출 발생 시 이익의 50%를 배분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전체 계약 규모를 약 3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류프로렐린은 전립선암뿐 아니라 유방암, 성조숙증 치료에 활용되는 대표적 호르몬 치료제다. 미국 시장 규모만 약 2조5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역시 약 5조 원 규모로 연평균 9% 수준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단순한 제형 기술을 넘어 상업화 공정과 재현성 확보가 핵심인 고진입장벽 시장이다. 약물 방출 속도, 입자 크기 분포, 생분해 타이밍을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특히 미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부합하는 동등성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공정 검증과 대량 생산 데이터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 내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제네릭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애브비의 '루프론 데포(Lupron Depot)' 등 오리지널 제품이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투여 주기별로 제품이 분절돼 있고, 일부 제형은 공급 안정성 이슈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삼천당제약은 1·3·4·6개월 투여 주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의료진의 처방 선택 폭을 넓히면서 병원·보험자 입장에서 재고관리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미국 기준으로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활용해 1·3·4·6개월 제형을 모두 구현한 사례는 글로벌에서도 사실상 찾기 어렵다"며 "단일 제형이 아닌 풀라인업 완성도가 이번 계약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계약은 단일 파이프라인 성과라기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를 확인받은 결과"라며 "시장에서도 이를 '플랫폼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단순한 제네릭 수출을 넘어, 삼천당제약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검증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있다. 판매 이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는 통상적인 제네릭 라이선스 아웃과 달리 '준(準)신약급 계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천당제약은 수년 전부터 PLGA/PLA 기반 마이크로스피어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해 연구와 공정, 상업화를 잇는 역량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이미 상업 생산 수준의 스케일업(Scale-up)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제품 재현성과 품질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준비 과정의 결과로, 삼천당제약은 류프로렐린 이전에 개발에 착수한 첫 번째 장기지속형 주사제 후보물질을 미국에서 임상 3상까지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을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임상·허가·상업화 전 주기를 실제로 경험하며 축적한 역량이 이번 계약 협상을 빠르게 진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삼천당제약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과 함께 주사제를 경구제로 전환하는 'S-PASS' 플랫폼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두 플랫폼을 축으로 하는 투트랙 약물전달시스템(DDS) 전략을 본격 가동해, 장기지속형 항암제와 GLP-1 계열 치료제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글로벌 시장 파트너들과의 추가 계약 체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이 비만·당뇨 치료를 넘어 장기 투여 단계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투여 옵션을 동시에 확보하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천당제약 측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세계 최초로 경구용 GLP-1과 장기지속형 GLP-1 제형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천당제약은 12일 이후 기업설명회를 통해 미국 임상 3상 진행 현황과 허가 전략 등 상업화 핵심 지표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