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안전자산 금 수요 잡는다…포트폴리오 확장 ‘포석’

XAUT 상장으로 위험자산 편중 완화…‘디지털 금’ 실험 본격화 비트코인·알트 매도 자금, 금 연동 토큰으로 이동 가능성

2026-01-07     박금재 기자
가상화폐거래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金) 연동 디지털자산 상장을 통해 투자자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고변동성 알트코인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안전자산 성격의 상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트레이딩 플랫폼을 넘어 자산 배분 인프라로 진화하려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최근 금 가격에 연동된 디지털자산 XAUT(테더골드)를 잇달아 상장했다. XAUT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발행한 금 담보 토큰으로, 1 XAUT가 실물 금 1트로이온스(약 31.1g)에 연동되는 구조다. 실물 금은 스위스 보관소에 보관되며, 토큰 보유자는 해당 금에 대한 소유권을 간접적으로 보유한다.

XAUT의 가격은 국제 금 시세를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개당 4400~4500달러대에서 거래되며, 원화 환산 기준으로는 600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비트코인이나 주요 알트코인에 비해 일중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거래소들은 이러한 가격 특성을 활용해, 급격한 시장 변동 국면에서도 이용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완충 자산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상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와도 맞물린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을 가리지 않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산 일부를 가격 방어 성격의 금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중장기 성장 자산으로 보되, 단기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는 자산을 함께 보유하려는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금 투자 수단을 놓고 보면 XAUT는 기존의 금 ETF(상장지수펀드)나 실물 금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금 ETF는 증권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고 운용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래 시간과 결제 구조가 전통 금융시장에 묶여 있다. 실물 금은 실질적인 소유 안정성이 강점이지만, 보관 비용과 유동성 측면에서 제약이 따른다. 반면 XAUT는 실물 금에 연동되면서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가상자산 계좌 내에서 즉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하다. 가상자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금융 계좌 이동 없이도 금 자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XAUT 상장은 상장 전략의 결을 바꾸는 선택으로 읽힌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 구조는 고위험·고회전 자산의 거래량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는 시장이 좋을 때는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이용자 이탈과 신뢰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금 연동 토큰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고, 단기 매매보다는 자산 배분 목적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화 마켓에서 XAUT 거래를 지원한 점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금 연동 토큰은 해외 거래소나 달러 기반 거래쌍을 통해서만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화 기반 거래 지원은 환율 부담이나 추가 환전 절차 없이 금 추종 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고변동성 자산에서 금 연동 토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물자산 연동 토큰 확대를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법체계에서 금 담보 토큰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향후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라 공시·보관·회계 처리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이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한 코인 상장 경쟁을 넘어, 다양한 자산군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고변동성 자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금처럼 전통적인 안전자산 성격을 가진 토큰까지 포괄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적 거래 중심에서 자산 배분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