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K 게이트’ 이후 사모펀드 디스카운트…자사주 소각에도 주가 잠잠

MBK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 불신 확산 규제 강화 속 PEF 대주주 기업들 주가 ‘디스카운트’ 한샘·남양유업, 자사주 소각에도 시장은 냉담

2026-01-06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MBK파트너스발(發)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PEF)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급격히 차가워지고 있다. 알짜 자산 분리 매각 논란과 노동자 책임 전가 비판, 검찰·금융당국 조사까지 겹치며 정치권은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 여파는 자본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PEF가 대주주인 상장사들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최근 MB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둔 홈플러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점포 축소다.

노조와 정치권은 이를 “알짜는 팔고 부담은 남기는 구조조정”, “먹튀 시나리오” 등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MBK가 추가 자금 투입이나 담보 제공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비판은 확산됐다.

사정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김병주 MBK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고, 금융감독원 역시 MBK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MBK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적대적 공세를 이어가면서,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중심 경영에 대한 불신은 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은 제도 보완에 착수했다. 여당은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막겠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 사모펀드의 차입 규제 강화, GP 책임성 확대, 기업 인수 시 근로자 통지 의무 부과 등이 핵심이다.

과거 사모펀드는 ‘지배구조 개선과 효율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PEF는 더 이상 프리미엄 요인이 아니다. 사회적 신뢰 붕괴와 규제 리스크가 겹치며 오히려 주가에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샘은 지난해 말 자사주 약 29.46%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 수 감소로 주당 가치가 개선되는 전형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주가는 단기 반등에 실패했고 변동성만 확대됐다. 자사주 소각과 동시에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지분율이 50%를 넘어서며, 주주환원이 아닌 ‘지배력 강화’로 읽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년에 걸친 시스템가구 입찰 담합 의혹이라는 중대한 사법 리스크가 겹쳤다. 반복된 과징금과 검찰 압수수색은 “실적 이전에 신뢰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다.

한편 남양유업은 결이 다르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체제에서 오너 리스크 제거가 가장 큰 변화다. 최근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을 상대로 3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한앤코의 660억원 소송과 합쳐 최대 1000억원대 책임을 묻고 있다.

경영 정상화 성과도 있다. 비용 효율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사모펀드 인수가 반드시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주가는 부진하다. 성장 둔화, 거버넌스 지표 미흡, EU·미국산 유제품 무관세 유입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 리스크는 제거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PEF 체제의 장기 비전’을 묻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MBK 사태 이후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경영진에 단기적인 재무 지표 개선보다 장기 전략과 거버넌스를 요구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이제 사모펀드는 비용 절감이나 자본정책만으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사회적 책임과 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주가는 구조적으로 할인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MBK 게이트는 단일 사모펀드의 문제가 아니라, 사모펀드 모델 전체에 대한 신뢰의 시험대가 됐다. 즉, 한샘과 남양유업의 주가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주주환원은, 시장에서 더 이상 약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