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B국민카드, 트래블카드 시장 선두권 하나·신한 추격 본격화
해외 결제 실적 늘며 중위권 카드사 존재감 확대 선두권과 격차 여전…플랫폼 경쟁력이 승부 가를 변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트래블카드 시장 경쟁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선두권에 밀려 있던 카드사들의 추격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는 해외 결제 실적 확대와 플랫폼 연계를 앞세워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요 카드사의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은 총 6조4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우리카드는 6595억원으로 약 10.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 역시 8584억 원의 결제액을 올리며 약 13.3%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선두권과 격차는 존재하지만, 중위권 카드사로서는 의미 있는 성장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래블카드 시장은 이미 하나카드와 신한카드가 주도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앞세워 2조8337억원, 신한카드는 2조767억원의 해외 결제액을 기록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 들어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결제 규모를 빠르게 늘리면서, 경쟁 구도가 일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카드의 강점은 후발주자임에도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단순 이벤트성 혜택이 아닌, 해외 결제 고객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추격의 기반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해외 결제 고객은 일반 고객 대비 이용 빈도와 객단가가 높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경우 수익 기여도가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더불어 우리카드는 지난 2025년 10월 일본 특화 상품인 '위비트래블 J카드'를 출시하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특정 국가에 특화된 트래블카드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뿐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해외 결제 혜택, 환율 우대, 공항 라운지 프로모션 등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 중심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이용 고객 기반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공항 라운지 이용 프로모션을 연장 운영하는 등 여행 고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핵심 혜택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은행과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화 계좌, 환전, 해외 결제 동선을 단순화하면서 트래블카드를 ‘해외 금융 플랫폼의 입구’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가 이미 확보한 8000억원대 해외 결제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확장을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추격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와 환율 우대 100% 제공 시 카드사는 해외 결제액의 약 1% 내외를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모두 결제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부담 역시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선두 카드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비용을 분산하는 것과 달리, 추격 과정에서 수익성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완성도 역시 경쟁의 핵심 변수다. 선두 카드사들은 이미 앱 내에서 외화 충전, 환전, 결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역시 그룹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용자 체감 측면에서 선두권과의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트래블카드 경쟁이 더 이상 선두 독주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해외여행 수요가 정상화된 이후 결제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중위권 카드사들도 ‘점유율 확대’보다는 ‘결제액 증가’를 통한 실질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카드 시장은 이미 판이 짜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해외 결제 규모가 계속 커지는 만큼 추격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확보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발판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릴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