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약금 면제 보상에도 엑소더스…'SKT 옛 요건 유지' 여부가 이탈 키팩터 됐다
위약금 면제 조치 이후 SKT로 이탈 흐름, 옛 가입자 복귀 성향 현장서는 “신규 혜택보다 가입 연수·결합 할인 유지가 결정 요인”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 이후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가입자의 상당수가 SK텔레콤으로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안 사고 이후 KT 대응에 대한 신뢰감에 더해 현금 혜택이나 보조금 같은 단기 인센티브보다 기존 이용 조건을 다시 적용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키팩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흐름은 곧 돛을 내릴 박윤영 호의 위기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로도 읽힌다. 위약금 면제 이후의 이른바 가입자 '엑소더스'를 두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이 직접 반영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해킹 사태와 관련해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한 뒤 사흘간 KT 가입자 3만여 명이 타 통신사로 이동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SK텔레콤으로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이번 이동이 보조금 경쟁이나 신규 혜택 때문이라기보다, 과거 SK텔레콤을 이용했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가는 ‘복귀’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설명이 잇따른다.
강남 일대 한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최근 KT에서 이동해 오는 고객 상당수는 과거 SK텔레콤을 이용했던 고객들”이라며 “신규 혜택보다는 가입 연수 유지나 결합 할인 등 기존 이용 조건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도 “통신사 이동 자체에 특별한 혜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예전에 이용하던 조건을 다시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출장이 잦거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통신 품질과 로밍 편의성, 기존 결합 혜택을 다시 살릴 수 있는지 여부도 이동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보상’의 형태를 취했음에도, 고객이 체감할 만한 ‘남을 이유’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약금을 없애 이동의 부담을 낮춘 조치는 결과적으로 고객을 붙잡는 장치로 작동하기보다, 이미 이동을 고민하던 이용자에게 결정을 실행할 명분을 키운 셈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T 대리점 현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직접적인 개인정보 유출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남의 한 KT 대리점 관계자는 4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개인정보 자체가 유출됐다기보다는 유심 일련번호가 외부로 노출된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고객이 많다”며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당장의 판단보다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인식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복수의 현장 관계자 및 전문가는 이러한 설명이 고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문제가 크지 않다’는 방어 논리에 머물렀고,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SKT가 내세운 ‘복귀 장치’라고 보고 있다.
특히 통신사 이동이 잦지 않은 고가 요금제·결합 이용자일수록 한 번 옮기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를 먼저 따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KT가 내놓은 보상안은 데이터 무제한 이용자에게 체감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위약금 면제 역시 이들을 잔류로 이끄는 당근이 아니라 이동을 실행하기 쉽게 빗장을 풀어주는 걸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홍준호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객 입장에서 위약금은 충성도의 보상이 아니라,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잠금장치에 가까웠다”며 “고가 요금제나 가족결합 고객일수록 약정 기간이 길고 할인 규모가 커 위약금이 크게 발생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동안은 해지 시 손해가 커 남아 있던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약금 면제는 고객에게 가장 강력했던 이탈 억제 장치를 제거한 셈”이라며 “사고 자체보다 기업이 책임을 어떻게 인정하고 대응했는지가 더 크게 남고, 보상은 일회성이지만 대응 태도는 그 회사의 신뢰로 받아들여진다”고 강조했다.
KT는 위약금 면제 외에도 추가 고객 혜택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에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외에도, 베이커리 등 생활 밀착형 제휴처와 연계한 할인 혜택을 6개월 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위약금 면제의 카드 주되 장기적으로 실질적 인센티브로 보상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박민호 단국대학교 SW융합대학 사이버보안학과 겸임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를 통신사에 맡긴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이를 안전하게 관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 선택”이라며 “돈 몇 푼을 준다고 해서 그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안 사고 이후에는 단순한 보상보다,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와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현재 불만을 잠시 누그러뜨리기 위한 미봉책만으로는 특히 고가 요금제나 결합 이용자처럼 장기 고객을 붙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