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협력 강화,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은?…‘기회’보다 ‘룰 변화’ 경계감
- 중국 수주 기대보다 제3국 경쟁·원가 구조 재편에 시선 - 현대건설, 대우건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MOU·북한 통과 고속철 구상 상징적 의미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오는 5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외교·경제 협력 복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갈등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경색됐던 한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곧바로 수주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경쟁 구도와 원가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더 경계하는 분위기다.
과거 한중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이던 시기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중국 내 직접 수주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중국 건설시장은 국유 건설사 중심 구조가 확고한 데다, 외국 건설사의 진입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중 협력 강화가 중국 내 신규 프로젝트 수주로 직결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신 중동·동남아·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협업 구도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인 변수로 거론된다.
중국 EPC 기업들이 저가 시공과 금융 패키지를 앞세운 전략을 재가동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은 단독 수주보다는 역할 분담형 참여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수주 물량 자체보다 입찰 조건과 협상력, 원가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더 민감하게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감지된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철골, 설비 패키지 등 일부 공종을 중심으로 중국계 공급망과의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자재·장비 조달 측면에서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준가 하락과 협력사 구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 같은 변화는 주택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일수록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업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 변수는 기회보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북한을 통과하는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구상 역시 건설업계에서는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북 제재, 정치적 합의, 경제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단기간에 추진되기 어려운 구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실행 가능한 인프라 사업이라기보다, 남북·한중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상징적 제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 확대에 관심을 보인 국내 기업 사례도 일부 존재한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은 중국 대형 건설사와 전략적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이들 사례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인 공동 사업 계약이나 수주 성과가 확인된 바는 없으며, 업계에서는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준의 관계 설정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중 협력 강화가 단기적인 수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다”며 “오히려 향후 몇 년간은 경쟁 구도와 원가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