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바통 넘겨 받은 류재철의 LG전자 "위닝테크로 격차 만든다"
‘설계자’ 조주완에서 ‘실행가’ 류재철로… LG전자 전략의 무게중심 이동 속도·현장·수익화 강조… CES 2026부터 본격 시험대 오르는 류재철 체제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올해는 4년 만에 CEO를 교체한 LG전자가 류재철 체제 하에 맞는 원년이다. 1967년 생인 류재철 CEO는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 입사 후 청년기를 연구개발 분야에서 보낸 '정통 LG맨'이자 기술 전문가다. 지난 2021년부터 H&A사업본부의 장을 맡아 생활가전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LG전자를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1위 가전 기업으로 안착시켰다.
류 CEO가 H&A 사업본부장을 맡은 시점은 2021년부터 2025년으로, 조주완 전 CEO의 임기와 겹친다. 두 인물이 지난 4년 간 CEO와 본부장 관계 하에 긴밀히 협업해온 만큼 류재철 CEO는 이전 조주완 체제에서 설정된 회사의 기존 목표와 방향성을 계승하겠다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조주완 전 CEO가 플랫폼·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꿰하는 큰 틀을 정한 설계자 역할을 했다면, 류재철 CEO는 이를 구현하는 돌격형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는 전사 직원에게 첫 신년사를 보냈다. LG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연초가 아닌 연말에 신년사를 발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류 CEO의 첫 신년사는 LG전자의 중장기 전략을 다시 한번 압축해 제시했다. 핵심은 ▲B2B 사업 확대 ▲D2C 기반 구독 서비스 강화 ▲해외 매출 비중 확대다.
그는 “CAC(상업용 냉난방공조)∙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B2B 사업, webOS와 같은 디바이스 기반 솔루션 사업, 구독∙OBS(온라인브랜드샵) 등 D2C(소비자직접판매) 사업에 집중 투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IPO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인도,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B2B 사업의 핵심 시장인 사우디, 현지생산기반을 마련하며 시장공략에 나선 브라질 등에서는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키우겠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미션을 명확히 했다.
이는 조주완 전 CEO가 2023년 제시한 ‘2030 미래비전’과 동일한 궤도에 있다. 2030 미래비전은 기존의 제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기업의 초거대 방향성이다.
조주완 전 CEO가 잡아놓은 큰 틀의 기조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류재철 CEO는 그 안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속도와 실행력을 강조했다.
류 CEO는 신년사에서 “치열해진 경쟁 환경에서 이기기 위한 핵심은 속도”라며 “제품 리더십 측면에선 핵심 부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닝 테크(Winning Tech)’를 빠르게 사업화해 시장의 판을 바꾸고,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AI 기술을 업무 영역에 적용해 고객경험을 차별화하고 업무 생산성과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전 구성원이 더 빠르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허례허식을 벗어던진 효율 중심의 실무를 당부했다.
이같은 류 CEO의 경영 기조는 올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다가오는 CES 2026에서 가전업계 최초로 가사노동용 휴머노이드를 공개하고, 자동차를 AI 디바이스로 정의한 콕핏 시스템을 선보인다. 신사업으로 점찍은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기술을 공개하며 업계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양적 성장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25년 1~3분기 LG전자의 매출액은 약 65조 3487억 원, 영업이익은 2조 5873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3.9%다. 1~3분기 누적 기준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5.6%, 2024년 5%, 2025년 3.6%로 매년 소폭 하향되고 있다.
이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더해 인건비와 판촉비가 늘어나는데 비해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엔 시기가 이르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부터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미국향 수출 관세가 재무에 부담을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장과 로봇 등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들은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캐시카우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 원금 회수를 넘어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인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