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SK하이닉스 업은 최태원 회장 '3년 간의 화두' 살펴보니…

2024년부터 고사성어 인용해 새해 화두 던지는 최태원 회장 해현경장→지난이행→법고창신·승풍파랑, 점증하는 자신감

2026-01-02     조영갑 기자
최태원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올해 꺼내 든 신년사 화두는 과거에 비해 한층 더 자신감과 기개가 차 있었다. 최 회장은 1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과 '승풍파랑(乘風破浪)'의 화두를 꺼내들었다.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고, 승풍파랑은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2024년 새해 신년사부터 함축적인 사자성어 고사를 통해 한 해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던 2024년 초 '해현경장(解弦更張 · 느슨해진 줄을 다시 고치자)'을 꺼낸 최 회장은 위기의 여진이 여전했던 지난해 초 '지난이행(知難而行 ·  어려움을 알지만 행동하자)'의 화두를 제시한 바 있다.   

과거 제시했던 화두가 내외부적 위기를 논하면서 그룹 자체의 역량을 재차 여미자는 의미였다면 올해 제시한 화두는 과거의 화두에서 한 걸음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의미를 담은 걸로 해석된다.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필두로 한 AI 시장 리더로서의 자신감이 물씬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1일 SK그룹 전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 신년사를 발송하고 "그동안 축적해 온 자산과 가치를 법으로 삼아,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가짐과 함께 AI라는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도전에 나서자"고 독려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 도입에서 그룹 구성원들에 감사를 전하며 "지난 2025년은 우리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Rebalancing과 O/I 과정에서 구성원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한 해였다. 덕분에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더 멀리, 더 빠르게 뛸 수 있는 단단한 기초체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이 말하는 'Rebalancing'과 'O/I(Operation Improvement)'는 그간 최 회장이 강조한 '본원적 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본원적 경쟁력은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본질적으로 보유한 경쟁력, 즉 그룹 전체의 '펀더멘털'을 의미한다.

최 회장은 2023년 경부터 AI, 배터리, 반도체(ABC)를 그룹 본원적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삼으며 전체 계열사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에 힘을 줬다. 이 연장선에서 SK(주)를 비롯 SK이노베이션(SK온), SK에코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전사적 사업구조 재편이 일정 부분 반석에 올랐다는 자평이 신년사에 묻어 나왔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를 위시한 AI 반도체 사업 내에서의 '기개'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축적된 시간을 바탕으로 우리는 지난 한 해 AI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높은 신뢰를 확인했다. 세계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는 이제 막이 올랐을 뿐이며, 앞으로의 시장은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며 기회는 무한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설렘을 안고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최 회장은 '법고창신'과 '승풍파랑'의 자세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현장의 경험과 지식에 AI 지식이 결합된다면 우리는 기존 영역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AI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키워나가 보자"고 말했다. 이어 "축적한 자산과 가치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 가고(법고창신), AI의 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나가자(승풍파랑)"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AI HBM 시장의 리더 컴퍼니 정점에 서 있는 최 회장의 자신감이 이번 신년사에 유감 없이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HBM 시장의 1위 메이커다. 2023~2024년을 기점으로 HBM에 대규모 CAPEX(자본지출) 투자를 단행하며, 현재 약 60%에 이르는 HBM 시장점유율(자체 추산)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가속기 HBM 공급망 경쟁에서도 선도적 지위를 점하며, 주요 고객사 향 6세대 HBM4 양산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올 3분기 11조3000억원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만년 팔로어를 극복하고 D램 최강자의 아성을 침범했다. 

이번 신년사는 이 연장선에서 조직 전체의 사기를 고양하기 위한 메시지로 조직됐다는 평이다. 실제 메시지의 톤과 에이밍이 지난 2년 간 메시지와 비교하면 뚜렷하게 강화됐다. 특히 인용한 고사성어의 뉘앙스가 차별화된다. 

2025년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이행'은 쑨원(孫文)의 사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SK그룹이 HBM 시장에서 수위를 점하기 시작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그룹 전체의 리밸런싱이 한창 진행되는 어려움을 담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을 강조했다. 

2024년에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그는 당시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도 우리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正音)을 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 

'해현경장'은 옛 한나라의 사상가 동중서(董仲書)가 한무제에 올린 글에서 유래한 고사다. 당시는 D램 수요 급감과 맞물린 SK하이닉스의 '감산' 이슈에 더해 배터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가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이었다. 최 회장은 전해 10월 경 '서든데스(급사)'를 언급하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감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HBM 시장에서의 선전을 비롯 이어진 D램가 상승, 그룹사 리밸런싱에 따른 성과가 이어지면서 올해 신년사 화두와 뉘앙스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최 회장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이번 신년사와 관련해 주요 그룹 한 관계자는 "2025년 최 회장이 던진 화두들을 보면 전 지구적 메시지가 많은데, 이는 AI 시장에서 리더 지위를 다졌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도 '행복'의 화두를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