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약관·조사·진술 논란까지…사태 장기화 조짐
약관 책임·유출 범위·수사 협조 공방 확산 국회 청문회서 경영진 증언 신빙성 논란까지 업계 “수사·후속 조치 지켜볼 수밖에” 관망 기류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약관 책임 논란, 정부기관 협조 과정의 적절성, 경영진의 국회 증언 신뢰성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31일 열린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대응 전반을 둘러싸고 여야를 막론한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삭제된 ‘해킹 면책’ 조항과 관련해 “소급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과 후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달 26일부로 이용약관 제38조 중 서버 해킹, 제3자의 불법적 접속 및 그 방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했으나, 이번 사고에 대한 실질적 책임 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질문에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약관 개정의 의미와 책임 범위를 둘러싼 혼선도 드러났다.
유출 정보의 민감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유출자가 데이터를 저장하긴 했으나 현재는 삭제 조치했으며, 해당 정보가 제3자와 공유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하며 민감정보 유출 및 외부 공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출 샘플 데이터에는 구매자 이메일과 배송 주소지는 물론 성인용품 구매 내역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하며 “건강이나 사생활 등 개인 정보는 타인에게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민감 정보이자 중대한 정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유출자의 행위 동기에 대해 “회사에서 해고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의 적법성과 투명성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걸 부사장은 쿠팡이 유출자와 접촉하고 자체 포렌식 조사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국정원이 처음 공문을 보내 ‘국가 안보에 관한 사안이라 요청하는 것이고 쿠팡은 이에 따를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용의자에게) 문자를 보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요청과 함께, 쿠팡 직원이 직접 접촉해 달라는 강한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쿠팡이 유출 노트북을 확보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데 대해서도 “국정원에선 ‘회수한 다음에는 알아서 하는 것이지’라며 허용하는 듯한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으나, 국정원이 정확히 포렌식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문장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의 포렌식 입회 여부에 대해서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경찰은 쿠팡으로부터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고, 자료 역시 지난 20일이 돼서야 제출받았다고 밝혀, 쿠팡의 ‘정부 협력 수사’ 주장과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현재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수사와 중국과의 형사사법 공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로저스 대표의 증언 신빙성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의원들은 개인정보 유출 조사와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위증 의혹을 제기했고, 국회는 청문회 종료 시점에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로저스 대표는 “저희는 성공적으로 정부와 조사에 협력했다”며 “민간기업과 정부가 같이 협력해 (수사한) 성공 사례가 드물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왜 이를 한국 국민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저는 출국금지, 위증 등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보상안으로 제시한 이용권 지급과 관련해 “면소 조건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형사상 권리 포기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약관 책임, 정보 유출 범위, 조사 과정의 적정성, 경영진의 증언 태도까지 복합적인 논란이 겹치며 쿠팡 사태는 단기간에 수습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