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2025 리뷰] 기술수출 20조·매출 28조…‘빅딜’은 늘고 문턱은 높아졌다

현금흐름·사업가시성 잣대 강화…상장·투자 모두 ‘검증 단계’ 중시 조 단위 기술이전은 늘었지만 초기 바이오 체감 온도는 하락

2025-12-31     민보영 기자
[이미지=마누스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술수출과 매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성과는 상업화 단계에 근접한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조 단위 기술이전 계약이 잇따르며 외형 성장은 가속화한 반면 상장과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현금흐름과 사업 가시성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면서 초기 단계 기업의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공개된 계약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145억 3000만 달러(약 20조 1000억 원)다. 이는 지난해 55억 4000만 달러 대비 약 162% 증가한 수치다. 비공개 계약을 제외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평가다.

상장사 실적도 확대됐다. 제약·바이오 및 바이오헬스케어 상장 기업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7조 91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3조 1518억 원) 증가했다. 이는 동일 기준으로 집계한 2021년 기존 최고치(13조 3720억 원) 대비 약 6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은 11.4%, 영업이익률은 19.1%를 기록했다.

기술수출 확대는 소수 대형 계약이 주도했다. 올해 최대 규모 계약은 4월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으로, 계약 규모는 30억 2000만 달러(약 4조 1000억 원)에 달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에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25억 6200만 달러(약 3조 7487억 원) 규모의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메드이뮨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에 대해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9553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알지노믹스 역시 5월 일라이릴리와 리보핵산(RNA) 편집 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 규모가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확장성이 큰 플랫폼 기술을 선호하면서, 해당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대형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의 상장 환경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상장 직전 매출 감소 요인을 인지하고도 충분히 공시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제재가 강화하면서, 특히 올해 이후 특례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노벨티노빌리티는 기존 기술이전 계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열티 발생 시점의 불확실성과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 간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월 24일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당국이 단순 계약 체결 여부를 넘어,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언제 발생하는지를 보다 엄격히 검토하는 경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7일 예비심사를 철회한 인사이언스 역시 핵심 파이프라인이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주요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실적이나 협업 구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판매했던 젠바디는 팬데믹 종료 이후 매출 가시성과 상업화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며 3월 14일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미승인 결정을 받았다.

자금 조달 환경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신규 벤처투자액은 9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 비중은 25.3%로, 전체 평균을 약 두 배 웃돌았다.

다만 투자 단계별로는 초기 단계 기업보다 매출 확대와 사업성이 일정 부분 검증된 기업에 자금이 집중됐다. 제약바이오 분야 내에서 '시리즈B' 투자 유치액은 약 54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효율성이 높고 수익 창출 경로가 비교적 명확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추세가 바이오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력 자체보다 검증 단계와 사업 가시성이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초기 기업의 경우 독자 개발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