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MBK에 고려아연 주식 ‘헐값 매입권’ 줬나…법원 주목한 ‘콜옵션 의혹’

법원, 영풍·MBK 경영협력계약 전면 공개 명령 MBK 유리한 조건 있었나…영풍 “특혜 없다” 연 1000억 배당 캐시카우 넘겼다면 배임 소지

2025-12-31     문슬예 기자
영풍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최근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함께 추진하기 위해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을 명령하면서 과거 제기됐던 의혹이 주목받고 있다.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 주식을 헐값에 살 권리를 줬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대상이 된 문서는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그리고 MBK 소유 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법원이 공개를 명한 경영협력계약은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영풍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의 일부를 MBK에만 특정 가격에 살 권리를 주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영풍에 고려아연 주식은 현금흐름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고려아연이 지급한 배당금은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와 현금창출력 악화를 겪은 영풍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캐시플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자산 일부를 의혹대로 헐값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영풍과 MBK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9월 12일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일부를 MBK가 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행사 기간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완료하는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과반을 영풍과 MBK 측이 차지하는 날 가운데 빠른 날부터로 정했다. 

하지만 콜옵션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가격은 공시 자료에서 밝히지 않았다. 영풍이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어떤 가격에 MBK가 살 수 있도록 보장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풍이 가격을 고정했을 것이라거나, MBK의 공개매수 가격에 연동되도록 했을 것이라는 등의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MBK의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영풍이 헐값에 고려아연 주식을 살 권리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풍과 MBK 측은 강한 반박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콜옵션 가격을 결국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 의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KZ정밀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영풍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을 MBK파트너스에 얼마에, 어떤 방식으로 넘기는 지 시장과 주주의 의혹이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장형진 고문을 비롯해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경영진은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등에서 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