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EX30 CC, 선택에 후회 없는 차

볼보 크로스컨트리만의 매력 듬뿍 가족 모두가 즐거운 엔트리 전기차

2025-12-31     이현성 기자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사는 값비싼 전기차 개발에 무게를 실었다. 폭발적인 성능과 고급 소재, 풍요로운 편의장비는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좋은 아이템이었다. 요즘 자동차 세계에서 화두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다. 보급화 때문이다. 전동화 초기엔 성능 좋고, 충전 부담 없는 대용량 배터리를 넣어 전기차의 장점을 알리기 바빴다면, 이제 저렴한 가격표로 더 많은 소비자를 유입시키고자 노력한다.

볼보의 소형 전기차 EX30이 태어난 배경이다. 시작 가격이 4752만원인 EX30은 볼보가 국내에 판매하는 자동차를 통틀어 가장 저렴하다. 전기차는 비싸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셈. 볼보는 더 많은 이가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른 걸레 쥐어짜듯 가격 부담을 덜었다.

어쩌면 EX30은 가장 볼보다운 자동차일지 모른다. 누구보다 지구 환경을 살뜰히 챙기는 볼보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체 크기가 작으면 생산 시 탄소배출이 적고, 높은 효율 덕분에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한층 유리하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올해 3월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EX30의 11월까지 판매량은 1183대. 단숨에 브랜드 내 판매 순위 4위를 꿰찼다.

전기차 시대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유연성이다. 다시 말해 트림 세분화가 보다 용이하다. 전기모터 개수와 배터리 용량을 달리해 한 가지 차종으로 입문형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아우른다. 통상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수익성이 낮은데, 제조사는 모델 세분화를 통해 수익 사각지대를 메운다. 저렴한 모델로 판매량을 챙기고, 고성능 모델로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식이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 EX30 크로스컨트리(CC)는 기본형보다 수익성이 높은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기모터를 하나 더 추가해 기본형 대비 156마력 더 높은 428마력을 쏟아낸다. 단순히 출력만 높인 고성능 모델은 아니다. 볼보만의 특별 레시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름 뒤에 붙은 ‘크로스컨트리’라는 수식이 이를 대변한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역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볼보는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과 험준한 지형에서도 믿음직한 주행성능을 약속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크로스컨트리를 구상했다. 네바퀴굴림과 높은 최저지상고, 오프로드에서 차체 손상을 막는 까만 플라스틱 클래딩 등이 특징이다.

EX30 CC는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특징을 빠짐없이 챙겼다. 외관부터 기본형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일단 19mm 더 높은 지상고 덕분에 SUV의 성격이 한층 짙다. 휠하우스 위를 따라 흐르는 검정 플라스틱 클래딩은 보다 강인한 인상을 전한다. 차체 앞뒤에는 까만 방패를 덧댔다. 전면 블랙 쉴드에는 스웨덴 북쪽에 자리한 케브네카이세 산맥 지형도를 새겨 크로스컨트리의 위트를 더했다.

실내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미니멀리즘의 정석을 뽐낸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티어링휠과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선은 그저 수평형 대시보드를 따라 부드럽게 흐를 뿐이다. EX30의 실내는 작은 차체 크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앞 유리창 아래에 자리한 사운드바가 대표적인 예다. 문짝에 들어있는 스피커를 들어낸 뒤 한데 모아 부피를 줄였다. 컵홀더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도록 중앙 팔걸이 속에 숨겼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소형차에 앉아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눈에 보기에도 시원하고, 체감상으로도 넉넉하다.

2열 공간은 차급의 한계가 몸에 와 닿는다. 키가 174cm인 성인 남자 기준 무릎과 머리 공간이 빠듯하다. 400L에 이르는 트렁크 용량에 손해가 있더라도 2열 시트를 뒤로 조금 밀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다만 시야는 답답하지 않다. 2열 시트가 1열보다 높이 자리한 덕분이다. 머리 위 광활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또한 가슴을 뻥 뚫어준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고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볼보의 철학이 엿보인다.

EX30 CC의 주행성능은 다재다능하다는 표현 말곤 설명할 길이 없다. 400마력 넘는 출력은 짜릿하되 풍요롭고, 서스펜션은 기민하되 노면 충격을 뭉뚱그려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에 비유하면 ‘포지션 파괴자’다. 어떤 포지션에 가져다 놓아도 때와 장소에 걸맞은 플레이를 구사한다. 

가령 가속 페달 꾹 밟으면 옆에 탄 아내에게 쓴소리 듣기 딱 좋지만, 그 전까진 아내가 흉폭한 성미를 알아차릴 재간이 없다. 400마력 넘는 출력이 무색할 만큼 얌전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 밟는 양에 따라 선형적으로 출력을 높이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단점이 있다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329km로 다소 짧다. 전비는 4.4km/kWh로 준수하지만, 66kWh에 그치는 배터리 용량이 장거리 주행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배터리 크기에 욕심 줄인 덕분에 가격을 5512만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EX30 CC는 단순히 EX30의 비싼 버전이라고 여기기엔 담고 있는 가치가 너무나 크다. 네바퀴굴림과 높은 최저지상고는 날씨와 도로 환경에 관계없이 언제든 신뢰를 안기고, 폭발적인 출력과 기본기 탄탄한 주행성능은 운전의 즐거움을 가르쳐 준다. 크로스컨트리만의 장식으로 꾸민 외관 디자인은 시각적 만족을 선사한다. 지갑 사정만 여유롭다면 웃돈 주고 사도 후회는 없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