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더 나빠지기 전에'…'연례행사' 은행권 희망퇴직에 2300명 짐쌌다

- 올해 5대 은행 희망퇴직 2326명, 전년 대비 17% 증가…신한·KB 올해만 2회 실시 - 대상 연령 1985년생까지 하향, 5대 은행 8000억 퇴직금 지급에도 10년간 2.3조 절감 효과 - 조건 악화에도 신청자 증가 '역설' 반복…2026년 1990년생 대상 확대 가능성도

2025-12-30     나아영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특별 퇴직금 축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요 은행 희망퇴직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17% 이상 늘며 2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들이 대상 연령을 40대 초반까지 낮추면서 '조건 더 나빠지기 전에 나가자'란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청 및 퇴직 인원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희망퇴직이 은행권 '연례행사'로 굳어진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순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희망퇴직 인원은 총 2326명으로 전년(1986명) 대비 17% 늘어났다. 이중 KB국민은행은 647명이었고 ▲신한은행 541명 ▲우리은행 429명 ▲하나은행 263명 ▲NH농협은행 446명 등이 퇴직했다.

특히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2월에도 추가 신청을 받아 올해에만 두 차례 실시했고, NH농협은행은 2023년 372명에서 올해 446명까지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이 오는 31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면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이 마무리된다. 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청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대상 연령을 대폭 낮춘 게 자리한다. 신한은행은 대상을 1985년생(만 40세)까지 넓혀 2022년 1967년생(만 55세)보다 15년이나 낮아졌다. KB국민은행도 1975년생까지 확대하고 1년에 2회 실시해 신청 기회를 늘렸다. 일부 은행에선 노조가 희망퇴직 연령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50대 후반에 집중됐던 희망퇴직이 40대 초반까지 확산하면서 전체 규모가 커졌다.

희망퇴직 확대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024년 은행 경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원 1명당 평균 희망 퇴직금은 3억5000만원 수준이다. 5대 은행이 올해 지급할 특별 퇴직금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4대 은행 사업보고서를 보면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대다. 퇴직자 평균 연령을 50세로 가정하면 향후 10년간 약 2조30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도 한 축을 이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은 2023년 말 5733곳에서 2025년 6월 말 5521곳으로 212곳(3.7%) 줄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집계한 시중은행 정규직은 2018년 6만5448명에서 2024년 5만8264명으로 6년 새 약 7000명 감소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집계를 보면 5대 은행 희망퇴직자는 2021년 2093명, 2022년 2357명이었다가 2024년 1986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2326명으로 늘었다. 조건은 계속 나빠지는데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2026년에도 특별 퇴직금을 추가로 줄이되 대상은 1990년생(만 36세)까지 넓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엔 구조조정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정기 인사제도처럼 운영되는 모양새"라며 "직원들 사이에 '내년엔 조건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