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작업 본격화···금융권 대응 방향은?
금감원, 금주 중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TF 공식 출범 이재명 대통령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 생겨 멋대로 지배권 행사"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에 적극 동참"...일각에선 '관치금융' 우려도 표명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여부에 특히 '긴장'..."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의 대응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국의 기조에 적극 발을 맞추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관련 현황 등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게 금융권의 기본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 선진화 바람이 또 다른 '관치금융'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2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금주 중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TF(Task Force·전담 조직)를 공식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TF에서는 금융지주 및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자격 기준, 사외이사 추천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 방식 및 독립성, 지주사의 자회사 내부통제 책임 강화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업계는 해당 TF가 한층 무게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금융권의 CEO 장기 집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온 데다가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이와 관련한 비판적 시각을 강렬하게 내비친 탓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소위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는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하는데, 한편으로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핵심층)'이 생겨 소수가 멋대로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비정상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은 곧장 금융당국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최근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BNK금융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으며, 마찬가지로 CEO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진 다른 금융사들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검사 대상인 금융사로서는 긴장감이 이전과 확실히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주로 서류에 기반해 이사회 운영 실태 등을 점검한 이전 검사와 달리, 이번 검사는 회장 선임 등의 절차가 실제 진행 중인 현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이 같은 '압박'에 말을 아끼면서도 일단 TF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동참하겠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현황 등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TF 논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방향성에 맞춰 관련 개선방안 또한 마련하겠다는 게 주요 금융사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일례로 하나금융은 이사회 활동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올해에 이어 내년 초에도 추가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지배구조 선진화 바람이 또 다른 관치금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금융업이 정부가 사업 인허가권 등을 쥐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간 기업의 임원 선임 등에 당국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는 이번 TF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 여부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이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금융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기밀 보호 원칙 등이 흔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기금의 중립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가 다양화돼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주주 추천권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언급한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은 국민연금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이 원장은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할 당시부터 국민연금의 상장사 사외이사 추천을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이 오로지 순기능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한 적이 없는 것도 결국 그와 관련된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