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박윤영號 항로] 통신·비통신 사업 분리 ‘사업형 지주사’ 재차 힘 받는다②

통신 본업은 유지...클라우드·미디어·금융 등 신사업은 별도 법인 금산분리·분할 방식·고용 승계 변수...법·노동·주주 설득이 관건

2025-12-29     박한솔 기자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박윤영 사장이 '사업형 지주사 전환' 카드를 재차 꺼내들면서 내년 '박윤영 호'의 방점은 지주사 전환에 찍힐 전망이다. KT는 구현모, 김영섭 대표 등 전임자들 취임시 지주사 전환을 화두로 던진 바 있다.    

KT의 지주사 전환 구상은 이번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으로 꼽힌다. 통신 본업에 더해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보안 등 신사업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일 법인 체계로는 사업 간 성격 차이를 조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29일 〈녹색경제신문〉이 입수한 박 사장의 면접 발표 자료에 따르면, 그는 KT를 ‘사업형 지주사 체계’로 전환해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고성장 사업에 자본과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통신 사업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신사업과 투자 기능은 보다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함으로써 각 사업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면접 자료에는 도메인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자율적이고 민첩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KT 안팎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신망 사업은 KT 본사가 직접 담당하고, 자회사들은 분야별 신사업을 맡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KT가 사실상 지주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KT는 통신 본업과 신사업을 기능별로 분리해 계열사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 본사인 KT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 유·무선 통신망 운영과 대형 공공·기업 통신 계약, 주파수 관리 등 규제 대응을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IDC) 사업은 KT클라우드를 핵심 축으로 추진돼 왔으며, 미디어·콘텐츠 분야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제작·유통·채널 계열사가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음원 사업은 지니뮤직이, 위성방송과 유료방송은 KT스카이라이프가 각각 주요 역할을 맡고 있다.

커머스·광고·디지털 마케팅 사업은 KT알파를 통해 전개되고 있으며, 부동산 개발과 임대 사업은 KT에스테이트가 담당하고 있다. 물리보안과 출동·관제 서비스는 KT텔레캅이 주력하고 있고, 그룹 IT 시스템과 기업 IT 서비스는 KT DS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KT그룹은 이처럼 유·무선 통신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미디어, 플랫폼, 보안,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통신 본업의 비중이 크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의 가치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고, 이는 기업가치 평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26일 한국거래소 기준 KT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4배로, 주가가 장부가치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법률적으로도 박 사장이 언급한 ‘사업형 지주사 전환’은 일반적인 지주회사 전환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성현 법률사무소 신실 대표변호사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KT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법률상 본래적 의미의 지주회사 구조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핵심 자산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본사에 두고, 본사가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서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행사하는 ‘사업형 지주사’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변호사는 또 “본사 내 일부 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 회사를 만드는 방식에는 인적분할이나 물적분할 외에도 현물출자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KT가 전략적으로 판단할 문제로,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방식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물적분할 방식을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보고 있다. 이미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의 지주사 전환은 '물적분할' 시나리오가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미 구현모 사장 당시 힘을 받았던 각본이기도 하다. KT 자체에는 그룹 지휘부와 통신 핵심 사업을 남겨 사업형 지주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신사업 부문을 지속적으로 분할하고, 유망한 법인은 IPO(기업공개)까지 가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밸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다만 분할 시 주주들의 반발 등은 허들이 될 수 있다. 지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물적분할 방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모회사 기존 주주들이 자회사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과의 협의 역시 지주사 전환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조직 재편 과정에서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가운데,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주주들의 판단도 함께 요구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근로자의 고용 안정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용이 포괄적으로 승계되는지 여부와 함께, 노동조합과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며 “만약 일부만 승계되는 구조라면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여부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