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500조 생산적금융 체계 갖춰가는데…책무구조도·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 '산적'
- 신한 110조·우리 80조·하나·농협 생산적 금융 조직 신설…소비자보호 조직도 사전 예방 중심 강화 - 책무구조도 40개사 실태 점검서 CEO 책임 하향 전가 다수…금감원 이달 가이드라인 배포·지배구조 TF 출범 - 책무구조도 점검·지배구조 개선 동시다발 진행, 은행권 "우선순위 설정·단계적 대응 필요" 목소리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와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완료했지만, 금융당국의 내부통제·지배구조 감독이 잇따라 강화되면서 현장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을 대거 신설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달 책무구조도 운영 가이드라인 배포 및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가동에 나섰다. 새 조직 운영과 강화된 감독 대응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은행권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은행들이 연말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이다. 은행권이 약속한 생산적 금융 규모는 500조원에 달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룹의 내부통제 관리에서 지주의 역할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지주가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본연의 의무를 적극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직개편과 맞물려 금융지주의 역할은 단순 지원 기능을 넘어 실질적 통제 기능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을 위해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투·융자 전담 조직을 각각 신설했다. AI·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투자 강화가 목표다. 신한은행은 110조원 규모 공급을 목표로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했고, 하나은행은 투자금융본부를 '생산적투자본부'로 재편하는 한편 리테일상품부와 정책금융부를 통합한 '포용금융상품부'를 설치했다. 농협은행은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하고 산하에 생산적금융국을 신설했다. 소비자보호 조직 역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대폭 강화됐다.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감독 강화가 본격화하며 은행권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1월 본격 시행된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위험관리 책임을 임원별로 명확히 배분·문서화하는 제도다. 시행 1년차임에도 현장에서는 운영 기준의 모호함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은행 40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 점검에서는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가 일부 임원에게 위임되며 '셀프점검' 구조가 형성되는 등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관리 조치 이행 실적 역시 단순 나열식 보고에 그쳐 이사회와 내부통제위원회의 심의 기능이 형식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구체적 운영 기준 마련을 요청하는 제도 개선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 같은 현장 요청에 대응해 금융감독원은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3일 국내 주요 은행에 책무구조도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CEO를 포함한 임직원의 내부통제 책임과 관리 의무, 실태 점검에서 파악된 모범 사례와 미흡 사례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이를 사실상 감독 기준으로 활용해 내부통제 운영의 실효성을 본격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병행된다. 금감원은 오는 29일 지배구조 개선 TF 첫 회의를 열고 CEO 승계 절차 투명성 확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사외이사 선임 기준 개선 등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TF는 내년 1월 중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며, 8개 금융지주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금감원의 감독 강화는 가이드라인 배포에 그치지 않고 현장 검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BNK 회장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내부통제 운영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CEO 연임이 확정됐거나 진행 중인 다른 금융지주로 검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으로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보호 조직을 신설하고 운영 체계를 정비하는 시기에 금감원의 책무구조도 실태 점검과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며 "각 제도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다수의 과제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현장에서는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