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구글 TPU 견제 방아쇠…200억 달러 투입 ‘그록’ IP 확보
AI 추론 경쟁 본격화…엔비디아, TPU 정면 공략 2023년 그록-삼성 파운드리 파트너십도 재조명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엔비디아가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 생태계를 정조준하며 AI 추론 반도체 경쟁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핵심 인력과 지식재산(IP)을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하며, AI 모델 학습에 이어 추론 영역까지 주도권 확대에 나섰다.
26일 AI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그록과 AI 추론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200억 달러(약 29조원)로 알려졌으며, 이는 엔비디아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다만 법인 인수는 아니며, 핵심 인력과 설계 자산(IP)을 확보하는 구조다.
그록은 2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non-exclusive) AI 추론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조너선 로스 그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써니 마드라 사장을 포함한 일부 핵심 인력이 엔비디아에 합류에 라이선스를 통해 이전된 기술의 고도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그록 법인은 독립적으로 존속하며,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CEO를 맡는다. 그록의 클라우드 사업인 ‘GroqCloud’ 역시 이번 계약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계약을 형식상 라이선스 확보지만, 엔비디아가 반독점 규제를 회피하면서도 실질적인 인수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구글 TPU 견제다. 그록은 구글의 TPU 개발을 주도했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저지연(low-latency) AI 추론 칩 설계에 특화돼 있다. 엔비디아가 이들의 기술과 인력을 흡수함으로써, GPU 기반 학습 시장의 우위에 이어 추론 영역에서도 ASIC(맞춤형 반도체) 중심의 구글 전략에 정면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G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에 강점이 있어 대형 AI 모델 학습에 유리한 반면, ASIC 기반 TPU는 특정 연산에 최적화돼 전력 효율과 지연 시간 측면에서 추론에 강점을 가진다. AI 모델이 학습 단계를 지나 실제 서비스 환경에 적용되면서, 대규모 추론 연산에서는 전력 효율과 지연 시간 측면에서 TPU 등 맞춤형 반도체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그록의 주요 투자자라는 점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블랙록, 시스코, 알티미터 등 기존 투자자들은 이번 20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거래를 계기로 투자 성과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 9월 그록의 기업 가치는 약 69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연결 고리도 주목된다. 그록은 지난 2023년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파트너십을 공식 체결하고,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해 AI 가속 칩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록은 차세대 추론 칩의 생산 거점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측은 “현재로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