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점 업체 ‘택갈이’ 논란 여전…‘테무산’이 ‘브랜드’로 둔갑

해외 이커머스 완제품 소싱 구조 확산…디자인 동일·가격은 수배 차이 ODM·OEM 관행 속 ‘브랜드 기획력’ 공백, 백화점 검증 한계 드러나 법적 처벌은 어렵고 소비자 신뢰만 흔들…투명성 요구 커져

2025-12-24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백화점에 입점한 일부 패션 브랜드를 둘러싸고 이른바 ‘택갈이’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대량 소싱한 제품을 자사 브랜드 제품처럼 판매하는 관행이 구조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2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제품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하다”는 비교 게시글이 확산됐다.

문제로 지목된 제품은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이 거의 동일했지만 가격은 3~4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해외 플랫폼에서는 1만 원대 초반에 판매되는 제품이 국내 브랜드에서는 4만~5만 원대로 책정돼 논란이 됐다.

논란의 핵심은 ‘택갈이’ 여부다. 택갈이는 타 브랜드 또는 외부 제품에 자사 상표를 붙여 자사 상품처럼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법적으로는 명확한 위법 판단이 쉽지 않지만, 소비자 기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OEM·ODM 방식이 확산되면서 이런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디자인 기획과 샘플 개발을 주도하고 생산만 외주를 맡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완성된 제품을 소싱해 로고만 적용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ODM 공장에서 이미 완성된 디자인을 제안받아 브랜드가 선택하는 구조가 보편화됐다”며 “브랜드가 독점 계약을 맺지 않으면 동일한 제품이 여러 유통 채널에 동시에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발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등장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들 플랫폼에는 주얼리·잡화·의류 완제품이 대량으로 등록돼 있고, 국내 소싱 업체나 브랜드가 이를 구매해 재판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해외 공장과 직접 컨택해야 했지만, 이제는 플랫폼을 통해 ‘완제품 카탈로그’를 고르는 수준”이라며 “브랜드 기획력이 약한 곳일수록 이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온라인을 넘어 백화점까지 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자체 기획·제작 상품일 것이라 신뢰하지만, 실제로는 소싱 제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녹색경제신문>에 “백화점 MD 역시 디자인 유사성이나 원산지까지 세밀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며 “서류상 문제만 없으면 입점을 막을 근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률적으로 택갈이는 상표권·저작권 침해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쉽지 않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상품 회전, 낮은 기획 비용,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가 맞물리면서 ‘유사 제품 판매 → 논란 → 해명 → 판매 중단’의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브랜드가 무엇을 직접 만들고 무엇을 외주·소싱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한, 택갈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결국 시장에서 신뢰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