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배당 여력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

3분기 말 해약환급금준비금 4조494억원...전년 말 대비 0.77%↑ 준비금 증가폭 주요 상장 보험사 중 가장 낮아...기저효과·건전성 개선 효과 킥스 비율 157%→179.8% '껑충'...준비금 적립 부담 줄어 배당 재개 여전히 쉽지 않지만..."배당 여력에 제한하던 압력 감소"

2025-12-24     이준성 기자
[사진=현대해상]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올해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폭이 주요 상장 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과 지난해 준비금을 대거 적립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에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고도화 등을 통한 건전성 개선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중단한 배당을 재개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배당 여력에 가해지던 부담이 줄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이 10개 상장 보험사(동양생명·한화생명·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롯데손보·DB손보·흥국화재·한화손보·삼성화재·현대해상)의 공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3분기 말 기준 이들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총액은 전년 말 대비 26.59% 증가한 22조298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부족액만큼을 보험사의 이익잉여금 내에 적립하도록 한 법정준비금이다.

해당 제도는 회계상 보험부채와 실제 해약환급금 간의 괴리를 보완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등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취지에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준비금이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서 차감된다는 점 탓에 업계 전반의 배당 여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도 지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부분의 상장 보험사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해약환금급준비금 적립으로 인한 배당 여력 감소 때문에 배당은 단 4개사(삼성화재·삼성생명·DB손보·코리안리)만이 실시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23년만에 배당을 중단한 현대해상의 올해 준비금 증가폭이 타사 대비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3분기 말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조49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0.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직까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이 없는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상장 보험사 가운데 준비금 증가율이 0%대인 곳은 현대해상이 유일했다. 이 시기 삼성화재(3조6682억원·65.76%↑), 한화생명(5조2791억원·45.38%↑), 흥국화재(3751억원·42.08%↑), 롯데손보(3892억원·31.18%↑), DB손보(4조1053억원·26.74%↑), 미래에셋생명(1조1476억원·15.65%↑), 동양생명(1조261억원·11.68%↑), 한화손보(2조2494억원·10.58%↑) 등 다른 상장 보험사들의 증가율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65%에 달했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은 이익잉여금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감소했다. 전년 말 만해도 현대해상의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은 55%에 육박했으나 3분기 말에는 50.5%까지 내려갔다. 현대해상으로서는 배당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이전보다 작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폭이 업계 최저 수준이었던 배경에는 우선 기저효과가 자리한다. 현대해상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말 3조4224억원, 지난해 말 4조183억원으로 두 해 모두 상장 보험사들 중 최대 규모였다. 먼저 적립한 준비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기에 올해 증가율은 그만큼 낮았던 셈이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건전성을 끌어올리며 관련 제도 변경에 따른 효과 또한 볼 수 있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3년 해약환급금준비금 도입 당시 준비금 적립 비율을 부족액의 100%로 설정했으나 지난해 말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200% 이상인 보험사는 80%만 쌓도록 기준을 완화했으며, 올해 4월에는 킥스 비율이 170% 이상이면 80%를 적립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재차 낮춘 바 있다. 킥스 비율은 보험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해 말 157%였던 킥스 비율이 3분기 말 179.8%까지 상승한 덕분에 준비금 적립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ALM 전략 강화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등 그간 건전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 것이 지표 상승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이다.

다만 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의 '절대' 규모가 큰 만큼 현대해상이 빠른 시일 내에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준비금 적립 부담이 줄어들며 배당 여력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당장 배당을 재개하기는 어렵지만 (배당 여력을 제한하는) 압력을 일부라도 덜어냈다는 점은 현대해상 입장에서 고무적인 대목”이라며 "당국이 추가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완화하면 현대해상의 배당 여력은 더욱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배당 정상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최대한 빠른 속도로 배당을 재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