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하루 이용자 300만 급감...진영 초월 '탈팡' 시민행동 확산
보수 청년 커뮤니티부터 진보정당까지...'좌우'없는 시민 직접행동 소비자 권익보호 전문가 "현행 소비자기본법으론 부족해, 개선 필요"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쿠팡 개인정보 유출, 노동자 사망사건 등에 분노한 이용자들이 쿠팡을 떠나고 있다. 최근 쿠팡의 시가총액 손해가 13조 원에 이른다는 언론보도와 함께, '탈팡' 움직임이 쿠팡의 향후 행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물류센터 노동자 과로 사건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탈팡 운동’(쿠팡 탈퇴 운동) 붐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모바일 인덱스에서 집계된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약 1800만 명이었지만, 22일 현재 그 수는 1480만여 명으로 300만여 명가량 감소했다.
시가총액 또한 위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쿠팡의 대주주인 모건 스텐리 측에서 발표한 자료가 ‘현 한국의 쿠팡 위기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쿠팡은 한국 시장 내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라고 정리한 데 반해, 지난 보름간 쿠팡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약 18%, 한화로 13조 원가량 빠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 혹은 개인 소비자의 탈퇴 등으로 이어지던 ‘탈팡’ 운동이 사회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시작하면 쿠팡의 손실액은 더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전 국민이 공분...‘아래로부터의 탈팡’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등 주요 보수적 청년 커뮤니티에서도 탈팡 인증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에펨코리아에서는 ‘탈팡 인증’과 함께 ‘탈쿠팡 안내서’ 등 대안적 소비 플랫폼에 대한 댓글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댓글을 포함한 다양한 게시물에서 쿠팡 소비를 대신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소개와 제안들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을 옹호하며 ‘중국인 내부자의 소행 정황’, ‘마녀사냥을 멈추라’라는 입장을 발표한 국민의힘 대변인실과 주요 청년 보수 지지층의 ‘탈팡’ 행보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노동 문제를 중시하는 진보계에서의 ‘탈팡’운동도 격화되고 있다. 정의당과 노동계는 23일 ‘플랫폼 경제 민주화를 촉구하며 쿠팡을 탈퇴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적으로 ‘탈팡 운동’에 동참할 예정이다. 정의당 문정은 부대표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 탄압으로 꾸준히 문제가 되는 쿠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바꾸어나가겠다”라며 취지를 밝혔다.
문화계, 정치권에서도 탈팡이 이어진다. 배우 문성근, 김의상, 작곡가 윤일상 등 문화계 각계 유명인들이 탈팡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위원장 등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도 소위 ‘탈팡운동’에 개인단위로 동참하고 있다.
탈팡 운동의 중심은 일부 정치권이 주도하는 이전의 불매 운동 양상과는 다르다. 정치색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피해자인 상황에서 이번 탈팡운동이 ‘아래에서부터의 압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권익 보호 관련 전문가인 박수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탈팡 운동’의 원동력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3000만 소비자의 기본권이 침해된 데서 비롯되었다”라며 “정치권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요구에 따라붙는 중인 아래로부터의 시민운동”이라며 이번 현상을 설명했다.
보상 기다리며 ‘탈팡’미루는 회원들, 소비자의 ‘총대’ 만들 제도 개선 필요성도
‘탈팡 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소비자들은 보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탈팡’을 미루는 대부분의 회원들은 쿠팡 측이 제공할 보상 혹은 법적인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 로켓배송을 3년간 사용해온 경남 김해의 안 모 씨(31세)는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알고 있다”면서 “쿠팡에서 보상금, 지원책을 낸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보상을 받은 이후 탈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탈팡’에 동참한 경기도 부천시의 안경선(30)씨는 “쿠팡 물류 노동자 사망 사건을 접하고 쿠팡에서 탈퇴했다”라면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노동 탄압 문제를 더 많이 알리고, 소송에 동참하는 주체가 더 많이 알려지면 ‘탈팡’의 참여자가 더 늘지 않을까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으로는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피해 소비자가 직접 소송에 참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 단체들은 소송에 동참하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응’ 단체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기본법상 금지 청구 소송으로는 피해자가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소송이기에 일단 분쟁 소송 차원으로 쿠팡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여러 기업에서 비슷한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업계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박수영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는 소비자 단체가 소송을 제기해도 금지만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소비자 단체의 주도 하에 손해배상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