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차기 대표 선임 해 넘기나...리더십 공백 ‘시계제로’
조좌진 대표, 해킹사태에 조기사임 정기이사회서도 임추위 가동 무산 대내외 변수에 선임 시점 '안갯속'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롯데카드의 차기 수장 선임이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좌진 전 대표가 지난 1일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후임 인선 절차가 지지부진하면서 리더십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안 사고 수습과 건전성 관리, 그리고 재매각이라는 ‘삼중고’를 풀어낼 적임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롯데카드의 경영 시계가 멈춰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12월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CEO 임기 만료나 교체 시점에는 임추위가 가동되어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을 검증하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인선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롯데카드가 처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롯데카드 CEO 자리는 단순한 관리형 리더십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킹 사태로 훼손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제재 리스크에 대응하고,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며 재무적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롯데카드의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6%,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로, 업계 평균(각각 4.7%, 1.3%)을 크게 웃돈다. 팩토링 채권과 홈플러스 관련 카드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건전성 지표가 크게 저하됐고, 이를 제외하더라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운데 브릿지론 부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노효선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 재발급과 부정 사용 피해 보상 등 고객 지원 비용 증가로 재무적 부담이 존재한다”며 “영업정지 등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와 고객 해지(탈회) 확대로 사업 기반의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관련 카드채권 793억 원과 팩토링 채권 765억 원의 연체로 3분기 누적 대손상각비가 260억 원(대손충당금 641억 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부실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실효성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이 신용도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 큰 과제는 롯데카드의 숙원으로 꼽혀온 ‘재매각’이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인수 이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엑시트를 추진해왔지만, 업황 악화와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여기에 최근 보안 사고까지 겹치며 기업가치 훼손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차기 대표에게는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고, 악화된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를 동시에 개선해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할 ‘해결사’급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카드는 당분간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야 할 처지다. 후임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는 현 대표가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사의를 표명한 조좌진 대표가 직무대행 형태로 당분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쇄신 작업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외부 인사 영입에 난항을 겪을 경우, 조직 안정화를 위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임원을 승진시키거나 MBK 측 인사를 전진 배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현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해킹 사태 수습과 매각 재추진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적임자를 찾기 위한 MBK의 장고가 길어질수록 롯데카드의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롯데카드 관계자는 "아직 대표 선임에 대한 일정이 따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임추위 일정이 먼저 나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