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오너 장·차남이 핵심 사업 진두지휘...신창재의 속뜻은?

신 회장 장남 신중하 상무, 전사AX지원담당으로 임명돼 차남 신중하 실장은 하반기부터 글로벌 제휴 부문 이끌어 지주사 전환 등 사업 전환 국면 맞춰 경영 승계 속도↑ 업계 "승계 명분 확보 위해 형제에게 '최중요' 사업 맡긴 것"

2025-12-22     이준성 기자
신중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등 사업 전환 국면을 앞두고 신창재 회장의 장·차남에게 핵심 사업을 맡기며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실장은 글로벌 사업을 각각 맡아 그룹의 미래 설계를 지휘한다. 두 형제가 아직까지는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핵심 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증명해 경영 승계에 필수적인 '명분'을 쌓으라는 게 신 회장의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교보생명은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신 상무를 전사AX지원담당으로 임명했다. 해당 부문은 최근 신설된 조직으로 AI 전환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하위 부서로는 AX전략담당·현업AI지원담당·AI테크담당·AI인프라담당 등 임원급 조직 4개를 둔다.

이로써 신 상무는 이전까지 담당하던 그룹경영전략담당과 AI·고객의소리(VOC)데이터담당에서 범위를 넓혀 그룹의 AX(AI 전환) 전략까지 이끌게 됐다. 신 상무는 1981년생으로 2015년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뒤 교보DTS(옛 교보정보통신) 등 빅데이터·IT 관련 계열사에서 경험을 다졌으며, 2022년 교보생명에 합류한 후로는 그룹 디지털 전환(DT) 등을 맡아왔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는 신임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보생명 '오너 3세'의 역할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교보생명은 올 하반기부터 신 실장을 글로벌제휴담당으로 기용하며 해외투자 및 제휴 전반을 맡긴 바 있다. 글로벌제휴담당은 교보생명이 하반기 신설한 부문으로 글로벌 실적 개선을 주 임무로 한다.

이에 따라 신 실장 또한 형인 신 상무와 마찬가지로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책임'이 한층 확대됐다. 1983년생인 신 실장은 일본 스미신SBI넷은행과 SBI손해보험 등에서 경영기획·전략업무를 담당하며 금융업을 경험했으며, 2020년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입사한 후에는 디지털전략팀장 등을 거쳐 현재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신중현

업계는 교보생명의 이 같은 행보가 지주사 전환 등 사업 전환 국면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교보생명의 붙잡아 온 풋옵션 분쟁이 올해 사실상 종결되면서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사업 확장 등이 용이해진 만큼 이에 맞춰 경영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지난 4월부터 SBI저축은행 인수에 돌입하는 등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주 간 분쟁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풋옵션 관련 다툼은 국내 법원과 국제 중재 등을 통해 일단 마무리된 상태"라며 "교보생명으로서는 재무적 부담이라는 변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신 회장(1953년생·만 72세)이 슬슬 적지 않은 연령대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회사 역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터라 (교보생명이) 경영 승계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점은 신 상무와 신 실장 모두 교보생명의 핵심 사업을 경영 일선에서 지휘하게 됐다는 점이다. AX는 그간 신 회장이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휴는 교보생명의 글로벌 경쟁력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경쟁사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각각 그룹의 '최중요' 사업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3세 경영' 시대를 앞두고 본격적인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이 신 상무와 신 실장에게 내외부 잡음없이 순탄하게 넘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명분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신 회장이 두 형제를 '최전방'으로 보내 우선 성과를 만들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중하·중현 형제가 교보생명 지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라며 "두 아들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 이전은 교보생명의 자본 관리 등에 직·간접적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 승계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 상무와 신 실장이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을 만한' 실적을 올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 점이 신 회장이 두 형제를 핵심 사업 부문에 배치한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