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질타에 요동치는 금융지주 회장 인선…'연임 굳어진' 신한·BNK, 뒤집힐까

- 이 대통령 "금융지주 10~20년 돌려막기 이너서클 소수 지배권" 직격...금감원 1월 BNK금융 현장 검사 착수 - 신한·BNK 12월 초 회장 연임 후보 확정했지만, 주주 반발과 금감원 검사로 사실상 굳어진 연임 구도 변수 - 금융권 3월 주총 연임 통과 우세 전망…다만 금융당국 TF 지배구조 개선 입법 시 차차기부터 장기집권 구조 변화 가능성

2025-12-22     나아영 기자
이재명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직격에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관치금융을 피하려다 소수가 10~20년씩 지배권을 돌려 맡는 구조를 방치했다는 것인데 금융권 내부에선 긴장감과 함께 당국 개입 수위를 둘러싼 시각 차이도 감지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며 "은행에 행장을 뽑는데 누구는 나쁜 사람이고,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돌아가면서 10~20년씩 해먹는다"며 "부패한 이너서클이 소수가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그냥 방치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발언 직후 금융감독원은 검사 준비에 나섰다. 구체저으로 내년 1월 BNK금융 현장 검사에 착수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짚은 문제 구조는 세 단계로 요약된다. 회장·행장 인사 때마다 투서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넘어 대통령실까지 몰리고, 특정 집단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돌려 맡으며 장기 지배권을 유지하는 이너서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려고 정부가 인사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사이 이사회와 사외이사 견제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 독립성이 크게 미흡한 구조적 문제"라며 금융위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1월까지 입법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이달 4일 진옥동 회장을 연임 최종 후보로 확정했고, BNK금융은 8일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이달 1일 임종룡 회장을 포함한 4인 숏리스트를 정한 뒤 연내 최종 후보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사회 절차만 보면 신한·BNK의 연임은 사실상 굳어진 모양새다. 하지만 BNK 주주인 라이프자산운용이 회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금감원 검사가 예고되면서 3월 주총 전까지 검사 결과가 최종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BNK금융 외에도 회장·행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진 복수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전북은행은 지난 16일 박춘원 행장 후보자 선임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추가 검증을 이유로 절차를 연기했고,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 발언과 연관 짓는 시각도 일부 제기된다.

투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넘어 대통령실 민정 라인까지 제기되는 등 회장·행장 인선 때마다 반복돼 왔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외환위기 이후 통합과 민영화를 거친 KB·우리·신한 등 대형 금융지주에서 회장 인선이 이뤄질 때마다 학연·지연과 함께 투서 공세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특정 집단이 계열사 CEO를 돌려 맡으며 장기 지배 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감독당국이 인사에 개입하면 관치금융 논란이, 손을 떼면 이너서클 비판이 불거지는 양극단 구조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한편, 금융권에선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한·BNK금융 회장 연임 안건이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금감원과 금융위가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CEO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의무화, 사외이사와 CEO 임기 분리, 승계절차 사전 공시 확대 등을 입법 과제로 구체화할 경우, 진옥동·임종룡·빈대인 회장 이후 차차기 인선부터는 지금과 같은 장기 연임 구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BNK금융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검사와 제도 정비가 이번 연임 인사를 그대로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에게 전달된 투서 이슈가 다음 회장 후보군에 대한 검증과 견제 강도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양극단 딜레마에 대해 금융권에선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과 당국의 움직임은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조치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관치 비판이라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며 "경고성 메시지만으로도 은행권의 자정 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데, 문제 제기는 당국이 해도 해결 주체는 금융권이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개입하게 되면 관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의 자정 활동을 기다려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