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테마주 X파일①] 정치에서 가상화폐로…세력만 웃었다

주도주 부재 시 테마주 '난립'…정치 테마주에 세력 개입 정황 11배 상승 후 90% 급락…사채업자 등 500억 넘는 평가익 주도주 강세에 숨죽인 세력…'패가망신' 공언에도 세력 활동 여전

2025-12-19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올해 국내 증시가 코스피 4000시대를 맞이했지만, ‘세력’들의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 한해 국내 증시를 휩쓸었던 테마주들에서도 적지않은 종목이 ‘세력’의 손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소위 '큰손 회장'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은 단기성 테마 재료부터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고 있다. 세력의 손을 탄 회사들은 껍데기만 남고 피해는 일반투자자들에게 집중된다. <인사이트녹경>은 올해 국내 증시를 달궜던 테마주와 인수합병(M&A) 상장사들을 되짚어본다. 본 시리즈는 특정 기업이나 인물의 불법 행위를 단정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개된 공시와 거래 자료 등을 바탕으로 테마주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자본 이동과 서사 구조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올해 국내증시는 그 어느때보다 다이내믹한 한해를 보냈다. 4월 2200대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찍었던 코스피 지수는 7개월도 안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관세 및 정치적 불확실성과 등이 해소되고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까지 번지면서 역사적 강세장이 펼쳐졌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증시는 기대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작년 말 계엄 사태 영향이 올해까지 이이졌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오를 때도 홀로 하락세를 보였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비관론 속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기회를 찾았다. 정치인, 비트코인 등 테마주를 중심으로 모인 세력들이 그 주인공이다.

코스피 연저점, 정치 불확실성 투자 기회로 삼은 세력

지난 4월 코스피가 연저점을 기록하던 와중에 일부 대선 테마주들은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이재명 테마주 대표주로 꼽히던 상지건설은 올해 4월 1일 3020원에서 같은달 18일 5만6400원까지오르며 12거래일(거래정지 기간 제외)만에 18배 넘게 올랐다. 이밖에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부터 탄핵심판 선고일인 4월4일까지 오리엔트정공(1599.38%, 고점기준)과 오리엔트바이오(452.91%), 형지I&C(587.32%), 형지글로벌(401.01%), 형지엘리트(290.77%) 등 이재명 관련주로 불리는 종목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세력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18일까지 투자경고 이상 등급을 받은 115개 종목 중 52%에 해당하는 60개 종목이 정치 테마주였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단일계좌거래량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 등으로 수차례 ‘투자주의 종목’에도 지정됐다. 대선 테마주를 상당수가 이른바 ‘세력’의 손을 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실제 이재명 테마주로 대표됐던 A사의 경우 주가가 급등한 사이 일부 투자자들이 수백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A사는 주가가 급등하던 4월 보유하고 있던 제20회 자기 CB 120억원을 투자조합 등 4곳에 153억원에 매각했다. CB는 당장 주식전환이 가능했고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당시 주가는 이보다 11배 높았다. 주식전환이 이뤄진 5월22일 종가 2만7450원 기준 CB 투자자들의 평가 차익은 약 539억원에 달했다.

A사 주가 급등과 CB 재매각에는 사채업자로 알려진 황모씨, 기업사냥꾼 위모씨, 홍모씨 등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A사 CB를 인수한 투자조합 중에는 사채업자 황모씨 처남이 지분 90%를 보유한 투자조합이 있었다. 이들은 A사 외에도 세라믹기판 제조사 R사, 통신부품 제조사 옵티코어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비트코인, 힘빠진 테마주…개미들 피해 확대

정치 테마주의 거품이 빠지고 다음 주기를 이어받은 테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테마주들이다. 한국판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자처하며, 미국 기업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한국에 들여왔다.

AR솔루션 기업이던 B사는 비트코인 매입 및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주가가 급등했다. 올해 4월 1560원에 거래됐던 B사 주가는 6월 7420원까지 급등하며 5배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IT 인프라 구축 기업 SGA(현 비트플레닛)와 브릿지바이오(현 파라택시스코리아), 커머스사업을 영위하던 C사, USIM 제조사 D사 등도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들고왔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관련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달부터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1억3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B사의 경우 현재 평가손실이 약 100억원에 달하며, 파라택시스코리아(약 47억원)와 비트플레닛(약 33억원) 등도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신사업에 나선 종목들에도 소위 ‘쩐주’로 통하는 이들을 비롯해 외국계 자본, 인수합병(M&A) 시장 기업사냥꾼 등의 세력들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비트코인 신사업에 나선 E사의 경우 검찰 수사관 출신 이모씨와 가수 이승기씨 장인인 이씨 등이 부당이득을 취한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세력들이 개입한 테마주 투자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다. 작전 세력들은 차익이 커질수록 반대로 개미들의 피해는 커진다.

급등세를 보였던 이재명 테마주들은 대통령 당선이라는 호재에도 급락했다. 상지건설이 이달 5700원까지 하락하며 고점 대비 89.89%급락했으며, 오리엔트정공(87.92%, 저점 기준), 오리엔트바이오(79.64%), 형지I&C(79.22%), 형지글로벌(88.90%), 형지엘리트(72.41%) 등도 고점 대비 급락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B사(74.86%)와 파라택시스코리아(78.15%), 비트플레닛(75.86%) 등도 고점 대비 급락했다.

정부의 ‘패가망신’ 공언에도 시장엔 여전히 세력들이 활동하고 있다. M&A 시장에서 ‘회장’으로 통하는 A씨는 “최근에는 대형주들이 움직이다 보니까 다들 뭘 하지를 못하고 있다. 뭘 좀 해보려고 해도 수급이 붙지를 않으니까 다들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서 “특검으로 좀 어수선하기도 하고 주도주들 힘이 좀 빠져야 다시들 움직일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챗지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