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發 OTT 지각변동] WBD 손에 넣고, 경쟁자 재정의 "유튜브·디즈니가 라이벌"①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빅테크 시간 경쟁’ 강조 "국내 군소 OTT, 각자도생보다 결합으로 공룡 맞서야"

2025-12-19     박한솔 기자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와 관련해 경쟁 상대를 기존 OTT가 아닌 유튜브와 디즈니 등 글로벌 빅테크 영상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단순히 콘텐츠 플랫폼이 아닌 거대 엔터테이닝 산업 안에서 수위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사란도스와 그레그 피터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주들에게 보낸 공식 서한 「Letter to Warner Bros. Discovery Stockholders」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해당 서한에서 넷플릭스는 "우리는 OTT 시장의 지배자가 아니라, 유튜브·디즈니·전통 방송 및 케이블 사업자 등과 함께 이용자의 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설명했다. 시청 점유율 기준에서도 유튜브와 디즈니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사는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근거로 이번 인수가 단순히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경쟁 구도를 ‘OTT 간 경쟁’이 아닌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간 경쟁’으로 설정하며, 합병 이후에도 경쟁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넷플릭스의 '빅딜'을 두고,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수평결합을 통한 세 확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아성을 구축한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 영역으로 진입함으로써 '온+오프'를 묶는 전방위적 공세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김경호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전략 교수는 18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넷플릭스는 OTT 영역에서 축적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수평적 다각화”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를 글로벌 유통·플랫폼 기업 간 경쟁 사례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오프라인 강자였던 월마트와 온라인 강자였던 아마존이 서로의 영역으로 진입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것처럼, 넷플릭스 역시 OTT에서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통 미디어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는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넷플릭스의 사업 영역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워너브러더스는 전통적인 영화 스튜디오와 글로벌 배급망, 프리미엄 드라마 브랜드인 HBO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극장 개봉과 전통 미디어 영역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이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를 ‘후방 통합’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그는 “콘텐츠 공급 측면에서 후방 통합을 선택하면서 넷플릭스의 전략적 선택지는 한층 넓어졌다”며 “콘텐츠 역량이 강화될수록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넷플릭스의 위상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 OTT 및 콘텐츠 제작 지형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압도적인 제작 역량과 파급력으로 국내 OTT 시장의 선도 사업자가 된 넷플릭스가 배급 영화, 제작 네트워크까지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OTT, 제작사들 역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넷플릭스가 약 4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그 뒤를 쿠팡플레이(약 20%), 티빙(약 17%), 웨이브(약 7%)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김경호 교수는 “국내 군소 OTT들은 이미 수익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될수록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서 단기적인 요금 인상 여부보다, 중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선택권과 협상력이 어디에 집중되느냐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통제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내 콘텐츠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강주영 아주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장(경영인텔리전스학과)은 국내 OTT의 대응 방향으로 통합과 결합 전략을 꼽았다. 강 학과장은 18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내 OTT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통신 요금제나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OTT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OTT의 가장 큰 한계는 콘텐츠 제작 규모”라며 “기존 방송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규모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우기 위한 통합이나 협력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