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인수에도 흔들린 엑셀라…기술과 토큰 가치 분리 '시험대'

서클의 기술 인수에도 투자 심리 냉각…AXL 가치 연결고리 ‘불확실성’ 부각 상호운용성 시장 성장세 속 토큰 이코노미 재정립이 핵심 변수로

2025-12-18     박금재 기자
액셀라.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미국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이 크로스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엑셀라(Axelar)의 핵심 개발사인 인터롭 랩스(Interop Labs)를 인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술적 신뢰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엑셀라의 네이티브 토큰 AXL 가격은 인수 발표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대형 기업의 인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토큰 가치가 약세를 보인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술 가치와 토큰 가치가 더 이상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서클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을 위해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기술을 전략적으로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엑셀라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과 데이터, 스마트컨트랙트를 연결하는 인프라를 제공해 왔으며, 멀티체인 환경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일반 메시지 패싱(GMP) 기술을 통해 단순 자산 이동을 넘어 복합적인 체인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인수의 범위였다. 서클은 엑셀라 네트워크 자체나 AXL 토큰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핵심 개발사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엑셀라의 기술과 개발 역량은 서클의 기업 자산으로 편입됐지만, AXL 토큰의 역할과 수익 구조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같은 구조는 단기적으로 토큰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겼고,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AXL 가격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 33분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AXL는 24시간 전 대비 12.82% 하락한 13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수 당일인 16일(현지시간)에는 14.06% 하락했다. AXL는 국내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 빗썸에 상장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기술은 기업이 가져가고, 토큰은 시장에 남겨두는 구조가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채택 확대나 대기업과의 협업 소식이 곧바로 토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업·재단·토큰 간 이해관계가 분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엑셀라 역시 네트워크 운영 과정에서 AXL이 수수료 지불과 검증자 스테이킹에 사용되고 있음에도,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이나 기업용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토큰 수요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발생할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시장의 성장성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단일 체인 중심에서 멀티체인 구조로 진화하면서, 체인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와 기업들은 자산 이동, 결제, 데이터 연동을 위해 크로스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역시 단일 체인에 머물기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기술 성장 그 자체보다, 그 성과가 토큰 경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엑셀라의 기술이 기업과 기관 중심으로 활용될 경우, 토큰이 네트워크 외부로 밀려나거나 부차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네트워크 사용량이 증가하더라도 AXL의 수요와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AXL의 중장기 전망을 토큰 이코노미 재정립 여부와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네트워크 사용이 증가할수록 토큰 소각이나 락업이 확대되거나, 스테이킹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술 확장과 토큰 가치 간 괴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클과의 협업 과정에서 AXL이 단순한 네트워크 내부 토큰을 넘어, 크로스체인 인프라의 핵심 경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경쟁 환경 또한 엑셀라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상호운용성 분야에서는 이미 레이어제로(LayerZero), 웜홀(Wormhole)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 역시 글로벌 기업 및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엑셀라는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장 점유율과 생태계 확장 속도 면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단기적으로 AXL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라는 대형 이벤트가 토큰 가치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투자자들은 기술적 호재를 보다 선별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엑셀라 역시 시장 심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크로스체인 인프라 수요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 흐름 속에서 엑셀라 기술의 입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기술 채택 확대가 실제 사용 사례와 트래픽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토큰 가치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엑셀라는 지금, 기술 기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과 토큰 프로젝트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한편 엑셀라는 그간 서클과의 협업을 통해 axlUSDC, Composable USDC 등 USDC의 멀티체인 확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이번 인수는 이러한 기존 협업의 연장선에서,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ARC가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원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엑셀라의 상호운용성 기술은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됐다. JP모건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동 사례를 비롯해, 도이치뱅크의 실물자산 토큰화(RWA) 플랫폼인 DAMA 2에도 활용되며 기관급 인프라로서의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엑셀라 측 설명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엑셀라는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국내 주요 은행과 금융결제원,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등 공공기관과 협업 중인 페어스퀘어랩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해외 금융기관 및 글로벌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와 연동될 수 있는 개방형 표준 아키텍처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