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등급' 메리츠금융이 100점 만점에 8점?…평가기관별 ESG 등급 '제각각'

- 금융지주 9곳, KCGS·MSCI·서스틴베스트 등 5개 ESG 평가기관 간 최대 5등급 격차​ - 한국금융 B·AA, KB·우리·하나 AAA·B 등 평가기관별 ESG 등급 엇갈려 - 등급·리스크 관리 괴리...내년 코스피 의무 공시·평가기관 투명성 요구 확산

2025-12-17     나아영 기자
2025년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9개 금융지주가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앞세워 우수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평가기관별 등급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점(100점 만점)으로 평가했고, 한국금융지주는 KCGS B등급인데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SG 지수 평가에선 AA등급을 받는 등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각 평가기관마다 기준·지표·가중치가 달라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금융지주들의 성과 홍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경제신문>이 17일 KCGS·서스틴베스트·MSCI·S&P·한국ESG연구소 등 5개 평가기관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 9곳의 ESG 등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 금융지주에 대한 평가가 최대 5등급까지 엇갈렸다. 

신한금융은 11년 연속 통합 A+ 등급을 받았다며 'ESG 선도 기업'임을 강조했고, KB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전 부문 A+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통합 A+를 달성했다고 알렸고, 우리금융은 5조1619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금융지주가 각 평가기관에서 받은 등급을 보면 격차가 컸다.

메리츠금융은 KCGS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S&P에서는 100점 만점에 8점으로 평가받아 격차가 가장 컸다. 한국금융지주는 KCGS B등급에 그쳤지만 MSCI에선 AA등급을 받아 2등급 이상 차이가 났다. KB·우리·하나금융은 MSCI에서 AAA 최고등급을 받았지만, 서스틴베스트에서는 KB가 BB, 우리와 하나가 B로 3등급 이상 낮게 평가받았다. BNK·iM·JB금융 등 중소 금융지주도 KCGS에서는 A등급을 받았지만 서스틴베스트에서는 BB나 B로 2~3등급 낮았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ESG 평가는 평가 목적, 지표 구성, 가중치, 콘트로버시(부정적 이슈) 반영 방식이 달라 등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지주의 경우 횡령·배임, 내부 통제 실패, 금융당국 제재 등을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식해 콘트로버시 차감을 하고 있고, 자회사 리스크까지 반영하는 평가 방식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ESG 등급이 우수하다는 것은 ESG 정책이나 관리 체계가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는 의미지만, 실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나 사고 대응 역량까지 다 반영돼 있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등급을 절대적으로 보기보다 평가에 반영된 주요 사건이나 지표별 평가 근거를 함께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수 평가기관이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아 평가 과정의 투명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는 ESG 공시 표준이 도입되지 않아 기업별로 정보 공시 방식이나 수준의 차이가 있다"며 "평가 기관들도 평가 체계 전반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가 2024년 사회적 가치 창출액 29조 원을 발표했으나, 측정 모델과 계열사 범위가 달라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가 2026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약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로 확대된다. 기업들의 ESG 정보가 표준화되면 평가기관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평가기관별 방법론과 가중치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도 특정 평가기관의 높은 등급을 내세우는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ESG 리스크 관리와 성과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