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판매 고공행진 중인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도 탄력 붙는다
현대차그룹, 올해 1~11월 영국서 20만대 판매 한·영 FTA 개선… 전기차 무관세 혜택 적용 유리 영국 전기차 보조금 받기 위한 ‘SBTi 승인’이 관건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한국과 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타결했다. 자동차 무관세 혜택이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국산 전기차의 영국 판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영국 전기차 보조금 적용 여부다. 혜택을 받기 위해선 SBTi 승인이 필수적인데, 현대차그룹은 현재 가입 절차를 밟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자동차 시장은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연간 신차 판매대수는 190만대에 이른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11월까지 판매량은 19만7769대에 이른다. 특히 기아의 활약이 돋보인다. 기아는 올 1~11월까지 10만9042대 판매를 기록하며 영국 신차 판매순위 4위로 우뚝 올라섰다. 3위인 포드와 격차는 3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8만7570대로 토요타를 제압하고 6위에 안착했다.
현대차그룹이 영국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있다. 영국은 전동화 자동차 보급에 가장 열심인 국가 중 하나다. 올해 1~11월 전체 신차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25%에 달했다. 올해 영국 단일 모델 판매 순위에서 기아 스포티지는 4만5814대로 2위, 현대차 투싼은 2만72621대로 9위를 차지했는데, 이 중 대다수가 하이브리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기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영국 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3만4292대였다.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지만, 영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9% 수준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올해 1~11월까지 영국 전기차 판매량은 42만6209대로 지난해 대비 25% 성장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가 대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BYD는 올해 영국에 4만3740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어난 수치다. 오모다 역시 1만8051대로 538% 성장을 이뤘다. 중국 업체가 영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영토 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런데 한·영 FTA 개선 협상이 타결되면서 희망이 보이고 있다. 2021년 FTA 발효 이후 한국은 이미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이번 개선안은 원산지 기준 완화와 시장 접근성 확대를 골자로 한다. 자동차는 차량 가격의 55% 이상이 한국 및 영국에서 제조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10%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25% 이상만 충족하면 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 흑연 등 수입 원료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는데, 원산지 기준 완화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영국 내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오를 전망이다.
남은 과제는 영국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SBTi 승인이다. 영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3년 만에 보조금 제도를 재도입했다. 3만7000파운드(약 7300만원) 이하 순수전기차에 최대 3750파운드(약 74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단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조사는 탄소 감축 목표가 ‘1.5°C’ 달성에 충분한지 기후 과학에 입각해 적절성을 평가받아야 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폭스바겐·르노·푸조·시트로엥·BMW는 이미 승인을 완료하고,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SBTi 승인이 필수적이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중국 업체와 가격 격차를 줄이는 ‘치트키’인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SBTi 승인 절차 중 두 번째 단계를 밟고 있다. 승인을 완료하면 기아 EV3와 EV4, 그리고 오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소형 전기차 EV2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과 코나 일렉트릭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